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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의 삶] 대림중앙시장
[대안의 삶] 대림중앙시장
  • 민소연 기자
  • 승인 2017.09.15
  • 호수 18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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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속 차이나타운, 활기 찾는 대림중앙시장
▲ 돼지고기와 부추를 넣어 만든 천원짜리 중국만두.
중국음식, 얼마나 먹어봤을까. 대체적으로 초급코스라고 꼽히는 것은 마라탕과 꿔바로우, 대형꽈배기 정도. 이 정도는 시시한 중급자들은 훠궈와 북경 오리구이, 곱창국수! 더 진한 대륙의 맛, 본토의 맛을 보고 싶은 상급자들의 도전은 취두부와 소힘줄볶음.

중국여행기에라도 나올 법 싶은 낯선 중국요리들의 향연. 그러나 이 모든 메뉴들을 서울 한복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서울 속의 차이나타운, 한국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영등포구 대림동의 대림중앙시장. 중국인들의 거처이자 일터가 된 후에야 크게 번성한 이 시장은, 도심 속에서 중국을 느끼고 싶은 한국인들에게도 손꼽히는 여행코스이자 시장이다.

외국인 200만, 절반이 중국인·조선족

타향살이 하는 이방인들에게 자신들의 언어와 음식이 있는 곳은 고향과도 같다. 우리 교포들에게 한인타운이 그런 곳이다. 사는 사람도 자주 들르지만, 단지 여행을 왔더라도 찾아가 고향의 말이나 맛을 느낀다. 최근 취업이나 유학 등으로 해외진출이 많아지면서, 이런 타국 속의 작은 한국들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타운'을 이루는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인구도 많고, 일찍부터 외국으로 나가 터를 잡기도 했다. 부지런하고 수완이 좋은데다, 먼저 자리잡은 이들이 갓 들어온 이민자들을 보살펴주는 문화 덕분이다. 여행하는 중국인들에게는 "가방 도둑맞았을 때, 여권 잃어버렸을 때, 배가 고픈데 돈이 없을 때 무조건 중국식당으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는 중국인들이 조선족과 함께 외국인들 중 가장 많은 군을 이루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 시대, 지난해 통계에 의하면 200만의 외국인 중 중국인과 조선족이 101만 명으로 50.6%를 차지했다. 이는 익산과 전주 인구를 합친 95만을 상회하는 수치다.

국내 중국인과 조선족 중 서울에는 22만명이 살아간다. 웬만한 시 인구 이상이다보니 몇몇 특성에 따라 차이나타운을 형성했다. 저렴한 집값을 비롯, 거처부터 일터까지 형성되어 있는데다, 환전소, 직업소개소, 여행사 등이 위치한 동네. 바로 '서울 속의 중국' 대림중앙시장이다.

본래의 이름보다 '중국인거리', '중국시장'으로 더 유명한 대림중앙시장은 대림역 12번출구와 연결된다. 처음 와본 사람들은 지하철 내리자마자 펼쳐진 중국어 간판들에 적잖이 당황하기도 한다. 들어서자마자 시작되어 내내 골목을 맴도는 중국 특유의 향신료 냄새에 낯선 길거리 음식들. 후각과 시각도 이질적이지만, 그보다 청각이 더 빨리 다름을 느낀다.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도, 물건을 파는 사람도 온통 중국어를 쓰는 대림중앙시장. 지하철만 탔을 뿐인데 내려보니 중국인 듯한 묘한 기분이다.

▲ 대림중앙시장의 야채가게는 국내에서는 낯선 식재료 일색이다. 다양한 콩종류와 고수가 인기다.
▲ 최고의 스타 마라탕은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한자 간판, 향신료 냄새, 중국어가 일상

대림중앙시장 이전의 차이나타운은 인천 중구 선린동이었다. 처음 중국인들이 살기 시작했던 곳으로, 최초의 중국집들이 건재하다. 초기엔 중국인들이 모여 살며 소박하게 그들의 문화를 나퉜지만, 곧 관광지로 거듭나며 '한국식 차이나타운'이 됐다. 이제는 짜장면거리로 영화촬영이나 화교 역사 및 중국 정보를 다루는 곳으로, 정작 여행 온 한국인이 훨씬 많다.

인천이나 경기도 등 주로 외곽이던 중국인, 조선족 일자리들이 1990년대 말 서울로 대거 확장되면서, 시내에 중국인들이 모여살기 시작했다. 당시 정착촌은 대림동 옆인 가리봉동으로, 거주 임대료가 싸고 건설 일용직 시장이 잘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2000년대 들어 가리봉동에 재개발 바람이 불며 이들은 대림동으로 점차 이전했다. 대림동은 가리봉동보다 주거 환경이 좋고 교통이 편리하며, 일자리가 많은 구로공단과도 가까웠다. 지역민들의 생활형 장터이던 대림중앙시장에 하나둘 중국어 간판이 들어서며, 이전 바람이 거세졌다. 지난해 기준 대림동을 중심으로 한 이 지역 외국인 비율은 7만으로 추산, 물론 대부분이 중국인과 조선족이다.

대림중앙시장을 오가는 사람 10명 중 8~9명이 중국인이나 조선족이다보니, 중국어 일색인 간판은 물론 중국 음식과 식재료들이 넘쳐난다. 역부터 약 50m 구간에만 중국식당이 20곳은 족히 넘는데, 역쪽엔 마라탕과 양꼬치 등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음식이고 시장 안쪽으로 갈수록 도전정신이 요구된다.

중국 면 요리계의 샛별로 급부상 중인 마라탕은 소고기 베이스에 매콤함이 더해져 그 맛이 육개장과 짬뽕 사이 정도로 표현된다. 대림중앙시장 뿐 아니라 서울 곳곳에 체인을 두고 있는 한 마라탕집에 들어서니 손님 전부가 중국어를 쓰고 있었다. 마라탕이 빠르게 인기를 얻은 것은 재료를 셀프로 선택한 덕분인데, 면이나 버섯, 해산물, 야채 등의 식재료를 원하는대로 바구니에 담아 매콤한 국물에 말아내주는 시스템이다. 한그릇 정도의 야채와 면은 5천원, 새우나 햄, 어묵 등의 꼬지 하나당 1천원 추가라 가격에 부담이 없다. 찹쌀탕수육 꿔바로우와 웍을 돌려 쌀알에 기름을 코팅하는 볶음밥도 인기다.

길에 늘어선 가판대에는 간식들이 푸짐하게도 쌓여있다. 중국식과 한국식을 각각 나눠파는 만두나 중국전통과자 월병, 한국식과는 맛이 완전 다른 중국순대, 소시지 등이 눈에 띈다.

그 중 중국인들의 주식이자 한국인들에게도 인기있는 메뉴는 꽈배기와 호떡. 일단 크기가 대륙 스케일인 튀긴과자들은 보통 500원~1000원 정도로 아주 저렴하다. 달걀과 밀가루를 반죽해 대형 프라이팬에 부쳐낸 전병 따빙은 집에 가져와 상추와 함께 고기, 양념장을 싸먹기에 좋다.

▲ 대림역 12번 출구와 바로 연결된 대림중앙시장 입구. 한자 간판 일색으로 이곳에서 쓰는 말도 중국어다.
본래 시장 기능 키워, 자율방범대 조직

대림동이 중국인과 조선족들로 점차 커지면서, 대림중앙시장의 본래의 장터로서의 기능도 강해졌다.
중간 삼거리에서 한쪽으로 방향을 틀면 전형적인 한국 재래시장의 모습이 나오는데, 차이나타운이 들어서기 전보다 훨씬 커진 규모다. 저렴한 물가 때문에 인근에서 생활장을 보러 오는 시장 원래의 의미도 커진 것이다.

그들만의 타운을 넘어 한국인들의 발길도 잦아지고 있는 대림중앙시장은 올초 서울시로부터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돼 지원받고 있다. 최근 영화 '청년경찰'에 나온 것처럼 다소 어둡고 위험한 동네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활기찬 분위기의 안전하고 밝은 시장이라는 인식 제고에 노력중이다. 그 중 재한동포총연합회는 자율방범대까지 운영하고 있다. 2007년 설립 후 1년에 서너차례 범죄예방간담회를 여는 한편, 방범대를 조직해 현재 13개에 이른다.

보통 밤8시부터 9시반까지 는 그 해 11월에 만들어졌다. 스스로 우리 마을을 깨끗하게 하고, 우리가 범죄 예방을 하자는 취지였다. 지금은 13개의 자율방범대가 있다. 80여 명이 조를 나눠 밤마다 순찰하고 있다.

넓은 주차공간을 보유한 공영주차장과 한건물을 쓰고 있는 한우리센터는 시장상인회 등이 입주한 지역 문화센터다. 이 곳에서는 중국인, 조선족들이 시장 환경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한편, 관혼상제의 전통을 지키거나 한국 문화와 조화롭게 섞이는 체험, 강의 등을 마련하고 있다. 평화롭게 공존하는 다문화사회를 위한 진짜 실험의 장이 대림중앙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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