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또는 희망을 잃지 말라. 영원한 세상을 통해 볼 때에 당장에는 아무리 난경에 처해 있다 할지라도 자포자기하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는 이는 여진이 있고 진보가 있으리라. 또는 평화한 마음을 놓지 말라. 평화를 먼 데서 구할 것이 아니라 가까운 내 마음 가운데서 먼저 구하라. 어떠한 난경에 들었다 하여도 평화한 심경을 놓지 아니하여야 앞으로 세상에 평화를 불러 오는 주인이 되리라." (〈정산종사법어〉 국운편 29장)

전무출신 훈련 도중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성주성지에 위치한 사드 미군기지에 사드 장비가 추가로 반입되면서 이를 반대하는 성주 군민들과 원불교 재가출가 교도들이 시위 도중 다치는 장면들이 인터넷으로 올라오면서 그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

몇 달 전 성주에 가서 기도를 하며 경찰들과 대치한 상황들이 다시 떠오르면서 훈련을 받고 있는 이 순간이 가시방석이었다. 성주에 가서 경찰들과 마주 섰을 때는 이러한 상황들을 겪어보지 못하고 돌아온 나로서는 참 생소하고 낯설었다. 전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함께 있으면서 서로 웃지 못하고, 차 한 잔 나눌 수 없는 경찰들과 우리를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저 사람들 또한 어쩔 수 없이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교단 안에서도 사드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하나의 마음이 되지 못하고 분열되고 각자의 의견을 내세우며 언쟁을 높인다. 평화의 성자라 불리는 정산종사는 어떠한 난경이 오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고, 평화한 심경을 놓지 말라고 하였다.

종교인으로서 나의 심경은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함께 화하는 마음이 뿌리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바이다. 사드라는 장비가 전쟁을 도발하거나, 혹은 전쟁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거나 하기 이전에 이미 우리 안에서는 사드로 인해 다툼이 일어나고 마음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경산 종법사는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중심을 잡고 모든 것이 원만하게 해결이 되고 평화의 세계가 되도록 기도하고, 평화한 그 마음이 하나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여유 있고 밝은 표정을 가져야 한다 하였다. 우리 안에서의 다툼이 일어나고 마음이 갈라져서는 지금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

낙원세계가 어딘가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듯이 평화 또한 멀리서 찾아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지금 나의 마음이 어떠한지 살피면 그 안에 평화가 있고, 평화한 그 마음이 모습으로 나타나 세상 사람들이 절로 감응이 되면 전쟁도 다툼도 없는 평화의 세계가 되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성자가 말한 평화의 주인이 되는 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삭막한 전쟁 속에서 옥수수 곳간으로 잘못 던져진 수류탄이 팝콘비가 되어 희망을 안겨준 한 영화의 명장면처럼 부디 이 아픔이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며, 이 세상이 웃음과 행복이 깃드는 평화의 성지, 부처님의 성지가 되어 모두가 화기롭게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광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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