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성헌 기자]   부산 여중생 폭력 사건 이후 천안, 강릉 등에서도 학교폭력 사태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무엇보다 청소년 폭력의 잔혹성과 집단성, 대담함이 고스란히 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론은 소년법 개정(또는 폐지) 청원이 이어졌고, 대통령의 검토 지시가 있을 정도였다.

원불교 청소년국(미래세대희망위원회)은 이러한 청소년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짚어보고,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지, 종교 및 교화자의 역할은 어떤 게 있는지 생각해보는 '교사와 청소년교화자가 함께 모색하는 집담회'를 마련했다. 18일 하이원빌리지에서 열린 집담회는 청소년담당교무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광삼 교사(경신중학교), 박세훈 교무(세종시청소년수련관)를 패널로 초청해 학교폭력에 대한 실태와 사례, 소년법 개정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사회는 청소년국 윤대기 교무가 맡았다.

계속되는 청소년 학교폭력
무엇이 문제이며 대안인지
깊은 논의 이뤄져야
-부산여중생 집단폭행사건으로 청소년 폭력의 심각성이 다시 수면위로 드러났다.

최규선(청소년국)= 학교폭력이 갑작스럽게 생긴 일인지 늘 주변에 있었던 일인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이 시간을 통해서 청소년만의 특성을 이해하고 서로 학습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청소년은 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가장 큰 세대다.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청소년들이 변화될 것이다.

고광삼= 경신중학교에서 30년을 가르치고 있다. 거의 20년을 생활지도부 교사로 활동하면서 학교폭력을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 2012년에도 대구 권모군이 학교폭력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었다. 이후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학교법이 개정됐지만, 사실은 긴급하게 내놓은 궁여지책이었다.

박세훈= 십여 년 전에 청소년상담센터 근무를 하면서 4년 동안 5개 중학교 학교폭력대책위원회 활동을 했었다. 지금도 청소년수련관에서 학교폭력 상담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은 언론에 보도돼서 그렇지 청소년 학교폭력은 그동안 끊임없이 있어왔다.

-부산·강릉 폭행사건을 보면서 폭력보다 아이들 태도가 충격이었다.

박세훈= 2000년 초반 학교폭력 법개정이 시작됐을 때나 지금이나 청소년폭력의 심각성이나 빈도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SNS나 인터넷 매체 발달로 청소년폭력이 고스란히 외부로 전해져 더 심각하고 많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고광삼= 따돌림이란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왕따나 이지메는 영어사전에 등재돼 있을 정도로 일본이나 우리나라만 나타난다. 우리 사회의 특수한 병리적 현상에서 그 원인을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제는 한국사회도 자기 성공만을 위해 내달리는 것에서 주위를 되돌아볼 때다. 그리고 그동안 청소년폭력에 대해 우리 사회가 너무 관대했다는 점도 문제로 작용한다. 용서 자체는 좋은 것이지만, 거기서 그치면 학생들은 '때려도 괜찮다'는 인식을 하고 그런 환경을 조성한다. 외국 같은 경우 용서와 함께 특별 강제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소년법 개정보다 운영이 관건
단순히 연령 낮추는 것으로
학교폭력 줄어들지 않아
-학교폭력의 원인은 무엇 때문인가.

박세훈= 우리나라 학업 스트레스와 입시 부담감이 매우 높다. 사고친 아이들을 만나보면 삶 자체의 분노가 턱밑까지 올라와있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는 스포츠나 동아리 활동으로 청소년기 에너지를 잘 발산하게 해주지만 우리나라는 모든 포커스가 입시 공부에 맞춰져 있다.

고광삼= 내가 학교 다닐 때(1960~1970년대)에는 아이들이 가난하지만 할 수 있는 게 많았다. 여자애들은 물긷고, 동생 돌보고, 밥을 지었다. 남자애들은 지게질, 소먹이기, 농사도 거들었다. 일이 힘든 점도 있지만 가정경제에 기여한다는 생각은 자존감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또 대가족으로 살아 자연히 여러 사람과 관계 맺는 훈련이 나도 모르게 됐다. 자존감과 소속감이 늘 충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학업에 너무 억압돼 있다.

박세훈=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만나보면 똑같이 공통된 특징이 있다. 잘못된 인식구조다. 가해학생 경우 누가 쳐다보면 '나하고 싸우자는 거냐'며 공격적으로 받아들인다. 피해학생은 '나를 비웃고 있다, 무시한다, 욕하고 있다'고 피해의식으로 받아들인다. 자존감이 낮으면 주변 인식도 안좋게 받아들인다. 또 요즘 아이들을 상담하고 설문해보면 아이들이나 부모나 모두 서로 시간이 없다. 자녀와 의사소통도 안되고 어떤 고민을 가진지도 모른다. 사건이 터지고 더 이상 수습을 할 수 없을 때 비로소 부모가 안다. 그래서 학교폭력의 원인을 인지적 오류, 발산할 수 없는 환경, 부모와 관계로 꼽는다.

-최근 소년법 개정 논란에 대한 찬반이 팽배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고광삼= 개정을 할 수 있다고 찬성하지만, 개정보다는 잘 운영하는 게 먼저다. 죄질이나 잔혹성을 떠나 청소년이니까 무조건 보호처분하는 게 공식처럼 돼 있다. 구속 안 한다는 관례가 모든 법 위에 있다. 너무나 일률적인 관례가 문제다.

박세훈= 저도 운영이 문제라 생각한다. 너무 기계적이다. 소년법은 19세 미만을 소년으로 정해 같은 범죄라도 성인보다 형량을 감해 준다. 소년법은 만 10~13세를 대상으로 아예 형을 주지 않고 보호처분과 기소유예로 특별상담이나 사회봉사로 대처하는 촉법소년, 14세 이상부터는 형이 있지만 감해 처벌하는 소년형사로 나뉜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것까지 악용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단순히 소년법 연령을 낮춘다는 것만으로는 사건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 공부 말고
할 줄 아는게 거의 없어
자존감과 관계 맺는 훈련 필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또 종교역할은 무엇인가.

고광삼= 우리나라가 금전적, 명예적 성공을 위해 앞만 보며 달려왔다. 다시 돌아보는 사회로 바꿔야 한다. 학교폭력도 교사들이 하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도덕이나 인간관계 같은 교과서가 나와서 종교계가 지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세훈= 청소년수련관도 1년이면 5만명이 다녀간다. 학교는 엄청 바쁘고,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교육도 의무적 이수에 그친다. 어쩔 수 없이 다수 학생들을 데리고 해야 하니까 발생하는 문제다. 정말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본질적인 부분을 충분히 신경쓸 수 있는 곳은 종교 밖에 없다.

-그 밖에 생각하는 대안이 있는지.

김혜련(안양교당)= 청소년들 간 공감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학교폭력이 계속된다고 생각한다. 역할극으로 피해받는 학생의 심정을 공감하게 된다면 방관하거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구일승(세종교당)= 보통 배치고사로 학생들 성적따라 학급을 배정하는데, 심리검사 등을 통해서 정서적 측면도 고려해 배정에 힘쓰면 좋을 것 같다.

고광삼= 2012년즈음 중1, 고1, 초4~5년을 대상으로 통계를 낼 기회가 있었다. 위험군으로 나온 아이들에서 나중에 학교폭력위원회 회부된 아이들이 50%나 차지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통계도 없고 대책도 없다. 앞으로 정책상 필요한 부분이다.

강다정(정토회관)= 학교생활이 힘들다는 아이들이 있으면 '문제에 너무 집중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함께 기도한다. 교당에서는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어 걱정이다.

고광삼= 괴롭힘에 더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더 못살 게 구는 게 왕따의 본질이다. 무시하고 꿋꿋하게 생활하고 다른 친구들과 잘 지낼수록 괴롭힘은 적어진다. 교당에서 기도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케어해 주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최규선= 청소년 관심은 부모뿐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함께 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법률적인 문제는 응급처지만 될 뿐이다. 청소년 문제에 대한 장기적 플랜을 제시하고 이끌어주는 게 우리 종교 역할이라 생각한다.

[2017년 9월2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