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마중물 된 고 조영삼 영가의 뜻, 자주적인 통일
120년전 신식기관총과 지금의 사드, 동족 겨눈 역사

▲ 신효철/천도교 한울연대 공동대표

평화주의자 고 조영삼 영가가 이땅에 평화와 통일의 씨앗을 남기고 성령출세했다. 고 조영삼 영가는 사드 배치 철회를 외치며 평화의 마중물이 됐다. 어머니가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며 태를 끊고 생명을 탄생 시키듯, 더 큰 생명으로 평화를 만들어내는 마중물이 되기 위해 소신공양을 한 것이다.

별고을 소성리에 평화를 위협하는 사드가 9월7일 폭력적인 진압을 통해 배치됐다. 성주 소성리 어르신들과 원불교 교무님들을 비롯한 종교인들, 평화연대, 많은 시민들은 426일 동안의 전쟁반대 사드반대 오직 자주적인 평화를 위해 헌신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적 염원에도 불구하고 촛불혁명 정부에 의해서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배치됐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를 민주정부 3기라고 말했다. 민주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6.15와 노무현 정부의 10.4선언을 계승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는 약속한대로 2000년 김대중 정부의 6.15 공동선언문과 노무현정부의 10.4 남북공동 선언문을 실천하면 되는 일이다. 북한과 미국 관계에서는 1994년 제네바협정과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면 된다. 지난 두 번의 정부는 6.15와 10.4선언을 불이행했고, 제네바 협정과 9.19공동성명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행하지 않으며 평화가 끊기고 말았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과 맺은 조약 선언문의 내용은 2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북한의 비핵화의 조건으로 북미수교 평화협정 경제협력이다. 또한 북한의 일관된 입장은 북한을 자주적인 국가로 인정하고 남북·북미간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다. 모두가 죽음으로 가는 무기장사를 그만하고 공포 마케팅을 그만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패권주의에 남한과 북한을 더 이상 이용하지 말고 남북을 미국의 식민지가 아닌, 자주적이고 평등한 나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지금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군수물자를 사고 파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북한에 국한해서 볼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무기는 공격용이고 미국의 무기 사드는 방어용이라는 것이 맞는 말일까? 무기에 어찌 방어용과 공격용이 따로 있을까? 무기는 마약과 같아 끊임없이 경쟁적으로 소비해야지만 결국은 반드시 죽음으로 안내하고 마는 것이다.

150년 전 경주에서 태어난 동학은 우리민족에게 함께 잘 사는 세상 개벽세상의 꿈을 꾸게 했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쓰고 남은 신식총으로 무장하여 120년 전 눈보라 속에서 맨발로 맞서던 동학군을 전멸시켜 버렸다. 동학군은 공주 우금치 전투에서 조선의 부패한 조정의 지시에 따라 일본의 지휘하에서 동족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역사는 오래된 미래다. 120년 전 미국의 신식기관총이 우리 스스로 동족을 해치게 했던 것처럼, 2017년 미국의 사드는 우리 손으로 우리 민족을 저격하게 만든 것이다. 과연 미국의 신식기관총과 사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우리는 우리의 후대인 미래세대에게 또다시 슬픈 역사를 물려줘서는 안된다. 우리는 더 이상 역사의 죄인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남과 북은 휴전상태로 70년을 등돌리고 살았지만 남과 북 북미 간에 평화협정이 맺어진다면 곧바로 얼싸안고 살게 될 우리 형제 자매다. 성주에 박힌 사드를 뽑아내지 못한다면 사드보다 더한 괴물이 한반도의 평화를 파괴할 것이다.

바라옵건데 박힌 사드를 뽑아내고 평화를 심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이는 우리 수운선생과 소태산 선생이 꿈꾼 개벽의 꿈이며 김구 선생이 꿈꾼 문명국가의 비전, 그리고 삼일대혁명에서 천명된 도의적 신문명을 이 땅에서 열어내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새 생명을 마중물 삼아서 인류의 보편적인 희망인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가 평화로운 세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될 것이다. 고 조영삼 선생의 장례는 시민사회장으로, 빈소에는 원불교 교무를 비롯한 많은 재가출가 교도들이 그를 위로하고 동행해주었다. 우리는 함께 독경을 하고 촛불을 들어 고인의 크나 큰 의지를 우리 가슴가슴에 되새겼다. 미망인은 그가 마지막까지 했던 말이 '통일'이라고 했다.

평화의 마중물이 된 그의 바람대로, 자주적인 평화통일이 올 때까지 함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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