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교무/모현교당

 대학원 예비교무로부터 전화가 왔다. "모현교당 학생들에게 '상시훈련법'을 적용시켜 보고 싶어서요." 예전에 스승님께서 '학생들에게도 상시훈련법을 잘 녹여내서 스며들게 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한 적이 있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그러던 중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됐다.

올해 새롭게 중학교 3학년 친구들로 회장단을 꾸렸는데, 이 친구들을 중심으로 4명의 학생들을 뽑아 시작했다. 4주간의 여정으로 상시훈련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적용해 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일요일마다 예비교무와 함께 교당에 모여 상시훈련법에 대한 이론공부와 스스로 계획을 세워보고, 일주일 동안 실천한 것에 바탕해 회화를 나누고 문답감정을 나누는 형식이었다.

예비교무는 학생들에게 상시훈련법은 시간 관리와 생활 관리에 대한 내용이고, 이 훈련법이 몸과 마음에 익숙해지면, 시간 관리를 잘할 수 있고, 대종사님을 닮아갈 수 있다고 했다. '상시응용주의사항'이라는 용어부터 낯설 텐데 예비교무의 과외로 학생들이 점차 용어에 익숙해졌다. 편안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그 현장에서는 자리를 피했고, 끝나고 나서 그날의 수업 내용과 학생들의 태도에 대해 듣게 됐다.

내심 아이들이 교법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에 대해 지루해 하지는 않을까 염려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학생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진지하게 접근했다. 프로젝트 첫 날 모임에서 학생들은 시간 관리에 대해 스스로 계획을 세워보고, 실행에 옮기는 것에 대해 무엇을 가지고 할 것인지를 정했다.

평소 아침에 달리기 운동을 하고 있다고 자주 말한 영향인지 아침 6시30분부터 30분간 4명 중 3명이 함께 운동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과연 잘 지킬까?' 생각하며, 다음 날 아침 모이기로 한 공원 앞에 도착하니 다들 조금은 덜 깬 얼굴로 운동복을 입고 나타났다. 그 뒤로 시험기간이 오기 전까지 4주~5주간 아침운동은 이어졌다. 혼자 운동할 때는 자주 빠지기도 했는데 학생들과 운동을 하니 덕분에 나태심을 잘 물리칠 수 있었다.

또 한 번의 수업에서는 일주일 중 하루만 상시응용주의사항으로 살아보고, 그 후기를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우리 학생회장이 유일하게 실천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참 감동이었다.

막상 나는 중학교 때 교리도 전혀 몰랐었고, 이런 것을 실습해 볼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그 학생은 그런 기회를 만났고, 또 실천까지 해본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문답감정의 시간까지 가진 것이다. 이 경험 한 번이 참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4주간의 프로젝트 후 회장단 학생들끼리는 더 돈독해졌고, 법회 시간에 내가 설교를 해도 그 친구들은 훨씬 더 잘 이해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얼마 전 법회 시간에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한다는 것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었다. 그 날 법회 후 간식을 나눠주다 모자라서 다시 차를 타고 사러나가야 했다. 그 때 옆자리에는 전에 프로젝트 했던 학생이 타고 있었다. 바로 좌회전하면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 앞 차가 우물쭈물 하는 바람에 직진 차선을 탈 수밖에 없어서 돌아가는 상황이 됐다. 그 때 내가 "아이고, 앞 차 왜 이러시나" 하고 한탄을 했다. 순간 옆에 있던 학생이 "교무님, 온전 생각 취사하셔야 하는 순간이시네요"하고 말했다. 기분 좋게 학생의 반격을 당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그 학생은 "그 프로젝트 했던 것들이 가끔씩 생각이 난다"고 했다.

이렇게 우리 회장단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준 예비교무들에게 감사하고, 나 또한 학생들에게 적용 가능한 우리 교법을 다시 확인하며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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