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모든 인연이 부처입니다"

사은에 감사할 줄 알아야 진정한 원불교인
뛰어난 기획력으로 교당 장단기계획수립

30년 가까이 교직에 몸 담으면서 교법을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뜻한 목소리로 학생들을 맞아주는 것은 물론 이들을 위해 오롯이 기도를 함께 올리는 이가 있다. 전남 곡성 옥과고등학교에서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궁동교당 김성현(金聖賢) 교도, 교당 앞 찻집에서 만난 그는 일원상처럼 둥글고 포근한 얼굴로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원불교와의 인연은 원기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원광중학교 교장선생님께 인사차 댁에 들렀다가 고원선 교무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고원선 교무님 연원으로 아내와 함께 입교했습니다."

이산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그는 원기82년 영광 해룡고등학교로 발령받는다. 원불교 학생회인 해원회 활동을 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교법에 더욱 깊이 빠지게 됐다. "해원회 법회를 주관하던 임상원 교무님은 학생 한명 한명의 마음을 챙겨주셨습니다. 그 분을 보면서 마음 챙기는 공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죠. 힘들고 경계가 있을 때는 유무념 공부로 마음을 잡으며 교법을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고, 하면 할수록 학교생활이 편안해짐을 느꼈습니다."

'맑고 밝고 훈훈한 인간 육성'이라는 건학 이념을 가진 해룡고등학교에서 20여 년간 교직생활을 한 그는, 원기99년 교감이 됐다. 이 후 학생들 스스로 마음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원학습코칭을 도입했고, 학습멘토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요즘 학생들은 입시 위주로 공부를 하다보니, 경쟁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조금만 뒤쳐져도 자신을 다스리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하고 방향을 잃기도 합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영산선학대학교에 가서 강의를 듣고 최희공 교수님을 초청하여 연구진과 함께 공개강의도 열었죠. 교사들이 도움을 많이 줬고,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입교하거나 교리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교법을 통한 교육에 열을 올리던 김 교도는 올해 3월1일자로 전남 곡성 옥과고등학교 교장으로 학교를 옮기게 된다. 옥과고등학교가 기독교 정신을 바탕한 학교이지만 김교도는 원학습코칭을 놓지 않았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옥과고등학교는 삼애정신(애천, 애인, 애국)을 바탕으로 설립된 학교입니다. 이 학교에도 학교생활에서 마음을 잘 잡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선별해 옥과교당 교무님과 함께 원학습코칭을 하고 있지요. 옥과고등학교는 지역이 먼 관계로 멘토가 부족한 현실이 아쉽습니다."

자신의 장점으로 '행정 기획력'을 꼽는다는 김 교도는 교당에서도 장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 단장, 교화기획분과위원장, 장단기 계획추진단장까지 그가 맡은 직책만 3가지다.

"해룡고에서 근무할 당시 오광선 교무님께서 교당 일을 도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 교당에서 중책을 맡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SNS나 인터넷 등 문명의 혜택을 잘 활용한다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일을 추진하기 전에 계획안을 만들고, 이메일과 SNS를 통해 소통했습니다. 초창기 교도님들의 노력과 모든 교도님들의 협력으로 교당 문화를 짜임새 있게 갖춰 나갈 수 있었습니다. 교당 일을 하면서 법회 무결석이라는 서원을 세워 실천하면서 마음도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오광선 교무가 부임한 뒤 원기100년을 맞이한 궁동교당은 원기101~105년 장단기 계획을 세웠다. 회장단 및 임원을 중심으로 초안을 잡고 전교도가 함께 살펴 만든 계획이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장단기 계획 추진단장을 맡은 김 교도가 있었다.

"궁동교당은 '배우고 나누고 어울려 활력 넘치는 복의 터전'을 주제로 삼고, 서로 어울려 나날이 성장하는 교당·배움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교당ㆍ나눔을 생활화하는 행복한 교당을 목표로 합니다. 중점과제로는 어울림(교화)분야로 상시법회출석 100명 이상 교당만들기, 청소년법회 정착, 다양한 문화 활동, 배움(교육)분야로 수요선법회 활성화 및 정착, 교리공부 생활화, 교도역량강화, 나눔(자선)분야로 우리 교당에서 나눔, 지역사회에서 나눔, 활력분야에 교당 재정 자립도 향상, 교화단 활동강화 등을 설정했습니다. 원기105년까지 교도들이 마음이 편하고 즐거운 교당을 만드는 것이 저의 서원입니다."

전북대학교에서 법학 석·박사를 공부하던 중 인생의 가장 큰 시련을 맞았다는 김 교도는 좀 더 일찍 교법을 만나지 못함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 후 훈련과 교리공부를 통해 마음을 다스렸던 이야기를 꺼냈다.

"원기93년 만덕산동선에 10일간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많은 내적갈등이 있었는데, 훈련에 들어가서 변했습니다. 법신불전에 가서 기도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제가 사은을 깨치게 됐고, 사은에 감사할 줄 알아야 진정한 원불교인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교당에 들어설 때 가장 마음이 편안하다는 그, 주변의 모든 인연들이 부처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신앙인의 향기가 풍겨져 나왔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