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그램의 트렌드는 궁금증과 직관성
재미있고 어렵지 않은, 말랑말랑한 교화콘텐츠 필요

 

방송작가로 일한 지 3년째, 아직은 늘 배우기 바쁘고 따라가기에 급급하기만 하다. 지금 몸담고 있는 프로그램은 '너의 목소리가 보여(이하 너목보)'라는 음악예능인데, 작가가 된 후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예능프로그램이라 나에게는 의미가 더욱 깊다. 너목보는 2015년에 시작되어 시즌5가 제작될 만큼 오래도록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미스터리 싱어의 비주얼과 립싱크를 보고 노래를 잘하는 실력자인지 아니면 음치인지를 가려내는 추리쇼가 기본 포맷이다.

프로그램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하나는, 바로 '궁금증'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궁금하지 않으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즉, 이 프로그램을 볼 이유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궁금증을 유발할 만한 스토리텔링이 필수적인 셈이다. 너목보에서 호기심 자극제는 미스터리 싱어의 비주얼이다. '저 사람이 음치일까? 실력자일까?'하는 궁금증에서부터 채널이 고정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MBC '복면가왕'은 가면 속 숨겨진 인물이 누구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 하게 만들며, KBS '불후의 명곡'은 누구나 다 아는 그 명곡이 어떻게 재탄생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교화콘텐츠 역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원불교에 대한 호기심, 교리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는 것에서부터 교화콘텐츠의 기능이 발현되는 것이다.

4만 명이 넘는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원불교의 한 페이스북 페이지 이름은 무려 '원불교는 치킨 먹어도 됨'이다. 교도와 비교도를 아울러 이 제목을 보고 호기심을 갖지 않기란 어려울 것이다. '정말로 원불교는 치킨을 먹어도 되는 건가?', '원불교랑 치킨이랑 무슨 상관이지?', '치킨?'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는 결국 원불교라는 종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된다.

너목보 속 미스터리 싱어는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캐릭터를 가지고 있고, 그에 맞는 별명이 붙게 된다. 그 캐릭터와 별명에 대해 고민하는 회의시간이면 PD님, 작가님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있다. "직관적이어야 해."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스터리 싱어의 정체를 추리하는 가수들은 물론, 방송으로 함께 추리를 하고 있을 시청자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여야 한다는 것이다. 재미는 당연히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어렵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교화콘텐츠도 이렇게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때로는 빼곡한 줄글보다 한 컷의 사진이 주는 파장이 더욱 큰 법이다. 우리가 알고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콘텐츠는 제 역할을 다 해낼 수 없다. 시선을 '우리'라는 울타리 바깥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타인의 시선에서 한 번에 머릿속에 들어오는가, 궁금한 요소가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했으면 좋겠다.

방송 일을 시작한 후 주변의 교우들과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교화콘텐츠를 만들어 보자며 의기투합했던 적이 있다. 팟캐스트 방송을 만들어 보자고 고민하기도 했고, 원불교를 소개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제작하자며 뜻을 모은 적도 있다. 그때마다 한 편의 방송을 제작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콘텐츠의 소비대상은 누구로 삼을 것이며, 어느 연령대를 겨냥할 것인가에서부터 시작해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궁금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지금도 곳곳에서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교화란, 내 마음을 타인에게 전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콘텐츠는 나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원불교 교화 콘텐츠가 보다 말랑말랑해지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왜 원불교인가'에 대한 해답을 다른 이들에게 온전히 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너목보에서는 미스터리 싱어들의 정체가 공개될 때에 MC들은 꼭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라고 말한다. 오늘 나는 독자님들께 조금 다른 말을 드리고 싶다.
"당신의 마음을 보여주세요!"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창작물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시대에 우리 교화콘텐츠 역시 알록달록한 빛깔을 띠고 콸콸 쏟아지는 때가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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