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선 보인 세계의 찻주전자들

매년 화제를 모으는 은덕문화원 가을 전시회, 올해는 시민운동가이자 전 국회의원인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손봉숙 이사장의 '세계의 찻주전자'가 기대를 모았다. 그의 개인 수집품들을 공개한 것이 처음이자, 북촌과 한옥의 정취 속에서 다양하고 아름다운 찻주전자를 통해 세계의 차문화와 감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는 "1994년 옥스퍼드의 옥스팜에서 태국YMCA가 기금모금을 위해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24년째 전 세계의 찻주전자를 수집해 왔다"며 "차문화가 없거나 찻주전자를 보기 힘든 도시에서 어렵게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어떤 값비싼 호사보다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 아프리카 등의 찻주전자를 모으다보니 출장이나 여행도 더 풍부해졌고, 차를 마시는 자체가 소중해졌다"며 "아침 차 한잔은 정신을 맑히고 욕심을 덜게 하며, 친구들과 저녁 무렵의 차 한잔은 그보다 더 좋은 소통이 있을까 싶다"며 차가 선물하는 풍요와 행복을 전했다.

그의 찻주전자들은 문화와 시대, 차의 종류와 특색 등을 창의적이며 입체적으로 담고 있다. 이탈리아 팔레르모의 물고기가 투박하게 그려진 찻주전자와 영국의 타자기나 책모양,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얼룩말 모양, 모로코의 램프 스타일 등 눈이 먼저 즐거운 작품들로 발길을 붙잡는다. 9월21일부터 열흘동안 전시되며 많은 시민들과 만난 가운데,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에게 고국의 찻주전자를 만나게 하는 특별한 감동도 선사했다.

소장한 200여 점 중 76점을 선보인 이번 전시는, 집에 초대한 이선종 교무의 권유로 성사됐다. 손 이사장은 "날씨가 좋아서 은덕문화원의 자연 채광과 바람, 풍경, 새소리 등을 마음껏 누렸다"며 "보는 사람들에게도, 9월의 은덕문화원이 최적의 계절과 장소였을 것이다"고 감사를 전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