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불교에는 전생에 고승이었던 사람이 생명을 다하고 세상을 떠나면 얼마 뒤에 다시 인간의 몸을 받아 환생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를 '린포체'라 부른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도 그 중 한 사람으로, 린포체들은 고승이 전생에 다 이루지 못한 선업을 잇기 위해 몸을 바꿔 다시 태어난다고 전해진다.

전생을 기억하는 아홉 살 린포체 '앙뚜'와 그를 모시는 노승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주인공은 아홉 살이지만 전생에 고승이 다시 환생한 살아있는 부처 린포체이다. 그를 알아본 노승은 아홉 살의 어린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전생에 자신의 고향을 찾아 가는데 동행한다. 영화를 보고 감동적이면서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윤회를 믿지만 아홉 살의 아이를 린포체라 믿고 스승으로 모시며 동행하는 노승의 모습은 보는 내내 더 가슴을 울렸다. 며칠 후 어린이 법회를 보게 됐다.

매주 그러하듯 아이들을 만나서 기도 하고 함께 모여 게임도 하고 간식을 먹는데 전과는 다른 마음이 생겼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영화에서처럼 전생에 큰 스승일 수도 있겠구나. 내가 가르치고 챙겨야 할 대상이라고만 여겼었는데 역으로 나를 가르쳐주고 이끌어준 스승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지치던 마음이 사라지고 아이들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속상하고 미운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아홉 살 린포체 앙뚜를 보고 나니 앞으로는 모두를 부처로 모셔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사람을 대할 때는 어른이나 어린이나 남녀 귀천에 구애되어 대우하면 안 된다. 또 일시적인 잘잘못으로 낙인을 찍으면 안 된다. 한 마음 돌려 고치면 딴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가 어떻게 될지 또 어떤 주세불로 숨어 있는지 모르니 누구에게나 불공을 잘하여야 한다. 나쁜 마음 돌리기를 바라고 선도할지언정 일시적인 잘못으로 사람을 버리면 안 된다." (〈대산종사법문집〉 제3집, 7편 법훈)

친구 같은 교무님이 되고자 하면서도 순간 욱 할 때면 아이를 혼내기도 하고, 내 기준에 맞춰서 고쳐주려고 지적을 하게 된다. 누구보다 아이들 편에서 생각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하는데 나로 인해 상처받고 잘못된 인식이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후회도 한다. 아홉 살 린포체 앙뚜 역시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그냥 아홉 살 아이일 뿐이다. 그러나 노승의 눈에 앙뚜는 전생에 고승이 다시 환생한 살아있는 부처이며 스승이다. 아직 보통의 눈을 가진 나로써는 누가 부처일지 모르기 때문에 법문처럼 누구에게나 불공을 잘해야 한다.

일요일 아침, 교당에 나와 법신불 전에 두 손을 모으고 사배를 올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숙연해지는 느낌과 함께 부처의 모습 자체를 보는 듯했다. 힘들다가도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볼 때면 나의 입가에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보면 스승은 바로 내 앞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낀다. 오늘부터는 모두를 스승으로 여기며 불공하는 마음으로 대해야겠다.

/광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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