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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국가정보원은 국가조작원인가'
MB 정부, '국가정보원은 국가조작원인가'
  • 이은전 기자
  • 승인 2017.10.13
  • 호수 18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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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라는 원훈의 국정원은 현재 국가를 책임지는 정보기관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대중의 지탄을 받고 있다.
충격적인 이명박 정부의 적폐 실상
국정원 댓글공작, 가장 악질적 여론조작인 이유
시민단체 "국정원 수사권 폐지하고 감독기구 신설해야"


'베를린', '아저씨', 'VIP' 등 국가정보원을 소재로 한 영화에 묘사된 국정원 직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뛰어난 무술실력과 때로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소리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국정원 원훈)라는 국정원의 이미지는 현실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작금의 국정원은 국가를 책임지는 정보기관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대중의 조롱거리가 돼버렸다. 지난 정권 국정원이 저지른 공작정치의 실태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들로 넘쳐나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다. 국민들은 인터넷 댓글을 통해 "국가정보원=국가조작원", "국제적 망신이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긴급한 한반도 상황 하에서 국가정보원은 완전히 딴짓하고 있었다", "적폐 중의 적폐다, 박근혜와 함께 탄핵됐어야 한다", "완전 해체한 후 새 조직 새 기관으로 창설돼야 한다"는 등으로 분노하고 있다.

무더기로 쏟아지는 국정원 공작정치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는 이명박 정부가 자행한 공작정치의 증거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국정원이 국민을 상대로 벌인 심리전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단순한 댓글 공작을 넘어서 전방위적인 공작을 벌인 흔적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국 전 직원은 지난해 여소야대 정국 초래, 종북좌파세력 척결 미진 등을 깊이 자성하고 금년에는 침과대적(枕戈待敵, 창을 베고 적을 기다린다)에 결연한 각오로 국정 흐름을 주도하면서 종북세력 뿌리 뽑기에 전력하겠습니다."

'MB국정원'이 지난 2010년 작성한 내부 문건의 한 대목이다. 국내 정치 개입이 법으로 금지된 정보기관이 불법 행위를 전 직원의 각오로 삼고, 이를 공식 문건에까지 적시한 것이다. 이 시기 국정원의 이탈 행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8월30일 보석으로 풀려난 지 694일 만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다시 법정구속 됐다. 사진=YTN 뉴스화면 갈무리.
댓글공작 촛불집회 충격에서 시작돼

대부분의 '플랜'은 위기에서 시작된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광우병 촛불시위)가 첫 번째 위기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까지 추락했다. 이듬해인 2009년 초 원세훈으로 국정원장이 바뀌었다. 이 대통령이 최측근인 원세훈 원장을 국정원장에 발탁한 정치적 의미는 각별했다. 국정원을 '정권보위기관'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 조직을 확실하게 장악할 인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에 원세훈 원장은 국정원 댓글공작으로 화답했다. 이명박 정권을 위기로 몰아간 촛불의 충격파가 결국 국정원 댓글공작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은 '온라인 공작'이라는 새로운 특징을 갖고 있다. '북풍', '총풍' 등 오프라인에서 벌이는 공작이 아니라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 SNS 등 인터넷을 무대로 한 공작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SNS에서 국정원의 댓글공작이 활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검찰과 일부 언론이 찾아낸 트윗글만 수십만 건에 이른다. 지난 2010년 11월에는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일명 'SNS장악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정보통신기술(IT)의 발전이 국정원의 공작을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시킨 셈이다.

국정원 대선 여론 조작 사실을 처음 세상에 알린 전직 국정원 직원 김상욱씨는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을 처음 접했을 때 후배에게 '이대로 두면 민주주의가 완전히 파괴된다. 선거가 의미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규모 여론 조작 활동이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사건은 단순히 '댓글 사건'이 아니다. 국정원뿐 아니라 국군 사이버사령부와 청와대 등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민주주의를 붕괴시킨 사건이다. 지금 밝혀진 것도 빙산의 일각뿐이다. 더 많은 사실이 터져나올 것이다. 그리고 최종 책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게시판 '먹칠'로 여론 형성 차단

국정원 직원들은 '오늘의 유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에 추천 클릭을 많이 하여 베스트 게시판에 올리는 활동도 전개했다. 이렇게 하면, 자신들이 판단했을 때 베스트 게시판에 오래 머무르면 안 될 게시글 혹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게시글을 베스트 게시판 상단에서 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비판적인 주장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이를 통해 거대한 여론이 형성되는 연결고리를 단절하는 작업을 벌인 것이다.

실제 국정원은 2009년 광우병 촛불시위를 통해 사회 여론을 주도한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집중적으로 개입했다. 이들의 공작은 정권을 찬양하고 비판 세력을 비난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정권에 위협이 되는 사건이 터지면 연예계 이슈 등을 부각하고 게시판에 '먹칠'해 비판 여론이 형성되는 흐름을 끊었다. 국정원의 개입이 이어지면서 다음 아고라는 공론장 기능을 점점 잃게 됐다.

수천 명의 댓글 알바들이 알바비를 받고 국정원이 제공한 지침에 따라 이명박·박근혜를 옹호하는 게시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또 그런 게시글에 '좋아요' 추천을 누르는 댓글 공작. 이런 댓글공작이 잘못된 것은 그것이 온라인 토론 공동체에 대한 집단적 기만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국민 사기극이다.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배우 문성근씨가 서울중앙지검에서 피해 상황에 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69.7%가 지지해

국가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민들레'와 민변·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연대체인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지난 9월26일 "국가정보원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국정원 감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사이버 외곽팀 운영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공영방송 장악시도 등이 드러난 지금 국정원 개혁은 늦출 수 없는 과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9월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조사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74.7%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관련해서도 69.7%가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것으로 더 강하게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지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국정원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은 '정보기관의 가장 나쁜 선례'였다. '국가안보'가 아닌 '정권안보'만을 수호했기 때문이다. 그 9년의 시간 동안 일어난 '적폐'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국정원 개혁을 얘기할 수는 없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라는 알베르 카뮈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범죄를 단죄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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