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습니다. 봄이 오면 곧바로 연상되는 것이 꽃이라면 가을이 오면 연상되는 것은 역시 단풍이겠지요. 사람들을 유혹하는 힘이 어느 쪽이 더 센지 가늠할 수 없지만 한 곳에 모인 사람들이 많기로는 진해 벚꽃과 더불어 내장산 단풍이 단연 으뜸이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멋진 단풍은 설악산과 같이 높고 험한 산에 있으므로 접근이 힘든 만큼 단풍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더 강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단풍의 '단' 자는 붉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내장산, 설악산과 같은 산에서 만나는 단풍처럼 붉은 단풍이 대표적이겠지만, 묘하게도 단풍이란 말은 가을에 나무의 잎들이 초록 옷을 벗어 버리고 다른 색깔 옷으로 갈아입는 현상을 모두 일컫는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은행나무의 노란색, 참나무의 갈색, 옻나무의 오렌지색 등이 흔히 보는 가을 옷 색깔들입니다. 조금 과학적으로 설명한다면, 가을이 되어 나무들이 잎에서 광합성으로 얻는 영양분의 이익보다는 잎에서 증발되는 수분 때문에 잃는 체온 손실을 더 크게 느끼기 시작하여 잎과의 소통을 단절해 버려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잎에 남아 있는 영양분이 산화하여 엽록소는 파괴되어 버리고 그동안 잎에 잠재해 있던 각종 색소들이 드러나는 현상이지요.

단풍나무는 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나무가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정다운 나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주변의 공원, 궁궐, 학교 캠퍼스, 강가, 호숫가 등으로 가서 제법 볼만한 단풍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단풍나무는 가을에만 감상하기에는 아까운 참으로 단아한 나무입니다. 키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등걸이 비교적 매끈함을 유지하고 있어 단단한 모습을 하고 있고 위로 형성되는 잎들도 공원에서 제법 그늘을 만들어줄 정도로 울창합니다. 가장 단풍나무를 특이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기하학적으로 만들어진 잎이라고 해야겠지요. 잎들이 그렇게 여러 갈래로 그리고 깊숙이 갈라지는 나무들도 많지 않습니다. 헬리콥터 날개 같은 열매도 특이하지요.
 

2014년 11월1일 용인대에서 찍은 붉은색, 노란색으로 물든 단풍나무.

그런데 단풍나무가 속하는 단풍나무과에도 참으로 많은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우리가 산이나 공원에서 만나는 단풍나무 중에서도 보통 단풍과 잎의 갈라진 부분이 조금 더 통통한 당단풍을 구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일본에 가서 본 일본 단풍나무들은 잎의 크기도 작고 갈라진 부분도 가는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공원이나 아파트단지에 제법 많이 심어져 있는, 잎이 세 갈래로 얕게 갈라진 키 큰 중국단풍이라는 나무들을 아시면 좋겠습니다. 이 녀석은 대체로 오렌지색으로 잎이 물듭니다.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 것으로는 우리 토종으로 신나무라는 녀석이 있습니다. 야생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는데 이 녀석이 물들면 더 예쁜 붉은색을 띱니다.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지다 못해 아예 세 개의 작은 잎이 되어 버린 녀석은 복자기라고 부릅니다. 비교적 키가 작은 편인데, 이 녀석과 비슷한 잎 모양을 한 키 큰 복장나무는 자주 만날 수 없어 아쉽습니다. 봄에 수액을 받아먹는 나무로 유명한 고로쇠나무도 단풍나무과에 속합니다. 기실 단풍나무과의 나무들 대부분이 봄이 되면 뿌리로부터 물을 끌어올리는 힘이 강하다고 합니다. 봄부터 아예 붉은 색을 띤 홍단풍이라는 특이한 녀석은 체질적으로 잎 속에 함유한 엽록소보다도 붉은색 색소인 안토시아닌의 색을 더 강하게 띠는 나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단풍나무는 붉은색으로 물든다는 공식이 무조건 적용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2014년에 용인대에 가서 만난 단풍나무 중에는 노란색을 띤 녀석도 있었습니다.

/화정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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