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상 작가/북일교당
인간의 육체를 지탱하는 것을 목숨이라고 한다. 목숨을 심령의 힘이라고 하는데, 티벳어로는 '룽(rlung)'이라고 하고 산스크리트어로는 '프라나(prana)'라고 한다. 프라나는 우주 만물의 근원이자 살아 있는 모든 것의 본질적 에너지이다. 인간의 몸에서도 프라나는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으며 '나디(nadi)'를 통해 몸 전체를 흐르고 있다. 나디는 '심령의 힘(프라나)'이 흐르는 보이지 않는 통로이다. 프라나가 나디를 흐르고 있을 때를 '살아 있다'라고 말한다.

인간에게는 열네 가지의 중심 나디가 있다. 그 중에서도 중앙 에너지 통로인 수슘나 나디, 왼쪽 통로인 이다 나디, 오른쪽 통로인 핑갈라 나디가 가장 중요하다. 수슘나 나디가 지팡이라면 이다 나디와 핑갈라 나디는 두 마리의 뱀이 지팡이를 감싸고 올라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수슘나 나디는 몸 안에서 경부선 KTX 철로에 해당한다. 이 철로를 수없이 많은 KTX 기차들이 다니듯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심령의 힘들이 쉬지 않고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 힘들은 몇 개의 중심지에 집중되어 있기도 하다. 그 중심지를 '차크라(chakra)'라고 한다. 이를테면 서울역, 대전역, 익산역, 부산역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차크라는 일곱 개가 있다. 첫 번째는 물라다라 차크라인데 수슘나 나디의 뿌리이다. 성기와 항문 사이의 회음부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을 생명력의 비밀샘이라고 부른다. 바로 그 위에 두 번째인 스와디스타나 차크라가 있는데 성기의 에너지 센터이다. 그 위에 배꼽의 에너지 센터인 세 번째인 마니푸라 차크라가 있다. 네 번째는 가슴의 에너지 센터로 아나하타 차크라, 다섯 번째는 목구멍에 위치해 있는 비슈다 차크라이다. 여섯 번째 아즈나 차크라는 제3의 눈이라고 부르는 양 눈썹 사이에 있다. 바로 이곳에서 수슘나, 이다, 핑갈라 나디가 모였다가 갈라진다. 일곱 번째는 사하스라라 차크라라고 부른다. 물라다라 차크라에서 시작된 수슘나 나디가 끝나는 곳이기도 하다. 갓 태어난 아기들의 머리를 만져보면 정수리가 물렁물렁하다. 바로 그곳에 일곱 번째 차크라가 있는 것이다. 동시에 그곳은 프라나가 몸 밖으로 빠져 나가는 브라흐마의 구멍이기도 하다.

몸에서 만들어진 마지막 프라나가 물라다라 차크라를 떠나면, 그 차크라는 닫히게 된다. 차례차례 차크라가 닫히고 마지막으로 브라흐마의 구멍을 통해 프라나가 빠져나가면 사하스라라 차크라도 닫히게 된다. 이것을 '죽었다'라고 말한다.

브라흐마의 구멍을 나온 프라나는 곧장 '세파(shepa)'로 변화한다. 〈티벳 사자의 서〉의 주석을 그대로 옮기자면, 세파는 '마음(心)의 령(靈)'을 뜻한다. 육체 안에서 생성된 프라나가 육체 밖에서 세파가 되어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소태산은 죽음을 생사로 보지 않고 변화로 보았다.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는 곳은 중음(中陰, 바르도Bardo)이다. 여행에는 비용이 든다. 비용의 용처는 아주 다양해서 하나하나 꼽을 수가 없다. 생전에 선업을 많이 쌓았다고 해서 비용이 안 드는 것은 아니다. 일곱 날마다 일곱 번 결제를 해야만 한다. 그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천도재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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