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진 교도/마포교당, 한양대교수
한국은 유례없을 만큼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나라
고령사회 대비, 개인·국가·교단에서 준비 서둘러야

우리나라에서는 5년마다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하는데 가장 최근 조사는 2015년에 있었다. 지난해 말 통계청에서 2015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50년 동안 우리나라의 인구가 어떻게 변할까를 추측하여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50년 뒤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사람들의 숫자는 적고 나이는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2015년의 우리나라 인구는 5,100만 명인데 50년 뒤 인구는 3,700만 명에서 5,000만 명 사이가 되고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7명당 1명에서 5명당 2명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 세계에서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들만큼 우리나라는 빠르게 늙어가고 인구는 적어지고 있다.

고령인구의 증가는 앞으로 사람들이 하는 일을 바꿀 것이다. 젊은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직업, 예를 들어 교사나 교수는 덜 필요하고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같이 노령층에게 도움을 주는 직업은 더 필요하게 되므로 몇 십 년 뒤에 사람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나 하고 있는 일은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그리고 자녀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미래의 노령인구는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힘으로 노후를 책임질 경우가 많아져서 일에서 은퇴하는 연령도 늦어지고 젊어서는 노후를 위한 저축도 더 많이 하는 등 사람들의 생활모습도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인구변화는 또 국가 경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젊었을 때는 일을 하며 소득을 얻고 세금도 내고 국민연금도 들고 저축도 하다가 나이가 들면 일을 쉬고 연금을 받고 저축해 놓은 것도 쓰면서 말년을 보내는 것이 사람들의 보통 일생이다. 국가적으로는 젊은 사람이 많으면 세금과 연금을 내는 사람이 많아서 곳간에 돈이 쌓이고 나이 든 사람이 많으면 세금을 내는 사람은 적고 연금을 받는 사람이 많아서 곳간에서 돈이 빠져 나간다. 그러므로 통계청에서 전망하는 것처럼 노령인구의 비중이 높아지면 수입은 줄어들고 지출은 많아져서 나라의 곳간이 점점 비게 된다. 곳간이 비지 않게 하려면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서 인구의 노령화를 늦추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는 사실 어렵다. 결국 젊은 사람이 내는 세금을 올리거나, 연금의 액수를 줄이거나 받을 수 있는 연령을 높여서 나이 든 사람에 대한 지출을 줄이거나, 나라가 빚을 내야 한다. 어떤 선택도 쉽지 않지만 조만간 닥칠 이 선택에 대한 국가적 대비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도 고령화에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많은 질병이 정복되고 생존율이 높아져서 수명이 길어진 만큼 살아있는 동안 병고와 함께 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살아있는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금연, 절주, 적당한 운동 등 좋은 습관으로 건강을 지켜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노후 대비를 위해 저축과 투자를 해야 한다. 인구변화로 각종 공적연금의 보장성은 지금보다 약화될 것이므로 스스로 대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기적인 소득이 있을 때 되도록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우리 교단에서도 고령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먼저 신축 교당건물은 고령층이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기존 건물은 교당 사정에 맞춰 개축할 필요가 있다. 대각전의 구조는 입식으로 하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을 위한 출입 시설과 승강기를 설치하여 고령의 교도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혼자서는 교통편 이용이 어려운 고령자를 위해 카풀을 조직하거나 자력 있고 규모가 큰 교당에서는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그동안 이런 부분들이 미비하여 오랫동안 교당을 다니던 심신 있는 교도들이 나이 들어서는 교당에 나오지 못하는 예를 여러 번 보았다. 준비가 없으면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욱 많이 생겨날 것이므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장년과 노년층을 위한 교화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인구의 다수를 차지할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신입교도를 늘릴 수 있는 교화 프로그램을 개발,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50대, 60대 교도를 이끌 수 있는 교역자가 현직에 있도록 출가 및 재가 교역자의 선발이나 정년도 유연하게 운용해야할 필요도 있다.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60대 이상이 되는 시대를 대비하여 더욱 연구하고 준비하는 교단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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