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성효 교무/유성교당
교화 패러다임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전환
구성원 합의 중요, 사회문제에 대안 제시해야

처음에는 조그마한 차이이지만 나중에는 대단히 큰 차이가 나기에 호리지차(毫釐之差)에 천지현격(天地顯隔)이라고 한다. 미세한 차이가 결정적인 차이를 낳는다는 말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이미 100여 년 전에 물질개벽을 말씀했는데, 요즈음 4차 산업혁명이야말로 바로 그 물질개벽이 아닐까? 미래의 지도를 바꿀 인공일반지능(AGI), 유전자 편집기술, 뇌 임플란트, 바이오 4D 프린팅,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진행 중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를 바꿀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그 기술들은 새로운 사회를 재편할 것이다.

기술 개발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는 오늘날은 모든 분야에서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미래의 생존을 보장한다. 한때 삐삐라고 부르던 무선호출기는 몇 년을 가지 못해 자취를 감췄고,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세상에 없던 스마트폰이 이토록 놀랄 만큼 세상을 뒤바꿀 줄은 몰랐다. 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는 미래에는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일도 가능해질 것이며, 그 시기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다가올 것이다.

미래에는 유전자 편집기술로 질병을 극복하고 노화도 정복하며 장애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아 죽지도 병들지도 않는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살아갈까?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은 인공난자를 통해 생물학적인 엄마가 없어도 아이가 탄생할 수 있다. 그런 사회에서는 아이의 부모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그 아이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식될 것이다. 기본소득 제도의 보편화로 인간은 일의 의미와 목적도 달라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사회의 구조, 일자리, 가족구성 및 생활상 등 인류의 삶과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이러한 변화에 종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우리 교단은 예측하고 준비해 나가고 있는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변화에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원불교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물질위주의 발달로 발생하는 사회의 어려움을 정신개벽으로 극복하고 살기 좋은 낙원세상을 만들자는 개교 동기의 실현이 더욱 요청되는 이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내 차가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 경로와 도착시간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원불교 교법은 교단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과 같다.

원불교는 소태산 대종사가 훌륭한 교법을 펴주었고, 수많은 선진들이 피땀으로 지금의 교단을 일궈줬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예측과 대비는 부족해 보인다. 내비게이션을 잘 사용하려면 정확한 목적지를 입력하고, 알맞은 경로를 설정해야 쉽고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교법을 공부해서 정신개벽으로 낙원세상을 만드는 빠르고 바른 길을 알고, 일심 알음알이 실행 공부로 실생활에서 실천하기에 노력해야 한다.

먼저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교화의 패러다임이다. 현재는 오프라인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온라인 교화가 더욱 확장될 것이다. 이미 SNS나 카페 등을 운영하며 동영상을 활용하고, 인터넷 기도나 추모, 인터넷 훈련 등이 가능하다. 이러한 매체를 활용하면 원격교육과 교도의 개별지도가 어렵지 않다. 또한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교당관리나 행사진행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원불교 공동체가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공동체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 문제해결에 대해 교법에 바탕한 지향점을 분명히 제시해줘야 한다.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갈등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구성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교법에 바탕한 해법을 제시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내적 발전에 비해 사회문제해결에는 소극적이었다면, 앞으로는 사회단체와도 연대해 평등·평화·낙원세상을 만드는 원불교의 사명을 더 앞당겨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에는 작은 차이도 훗날 큰 격차를 가져올 수 있다. 세밀한 미래예측과 더욱 철저한 준비로 4차 산업혁명의 급물살을 타고 다시 한 번 도약하는 교단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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