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주교당 카페 '봄날의 다락방'에서 충주여고 학생과 김은효 교도가 커피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만원으로 살 수 있는 원두(Whole Bean) 커피는 200그램 정도, 10일 동안 매일 한잔씩 핸드드립으로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대신 커피 생두(Green Bean)를 구입한다면 1킬로그램을 살 수 있다. 생두를 볶으면 20% 정도 수분이 날아가고 800그램 정도의 원두가 된다. 이것을 혼자 마시지 않고 나눠마신다면 커피향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이렇게 수학문제를 풀 듯 시작한 로스팅은 아니지만, 커피는 내게 '나누는 마음', '나누는 행복'이다.

한 해 우리나라 성인 한 명이 마시는 커피는 377잔으로 하루에 한 잔이 넘는다. 우리나라 연간 커피 소비량은 매년 7%가량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개점하는 숫자만큼 폐점하는 카페가 늘고 있다 해도 서울에만 1만8000여 개의 카페가 있다. 카페가 이렇게 많아도 주머니가 허전하면 카페 문턱을 넘는 것이 쉽지 않다. 커피값이 없어도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이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 수많은 별이 모여 강을 이루는 은하수라는 뜻의 '미리내 가게'는 많은 사람들의 작은 나눔이 모여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캠페인에 잘 어울린다.

김준호 교수(동서울대 전기제어학과)가 기부문화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2013년 아이디어를 냈다.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마시지 못하는 누군가를 위한 나눔 운동 '서스펜디드 커피'는 100년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카페 소스페소(Cafe Sospeso)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네트워크에 가입된 가게에서 미리 커피값을 내놓으면, 누구나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미리내 가게는 전국에 500개가 넘는다.

충주교당에서 운영하는 차문화인성교육원 1층 카페 '봄날의 다락방'도 미리내 가게와 닮았다. 커피뿐만 아니라 홍차, 유자차, 생강차 등 따뜻한 음료를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나 공짜로 마실 수 있다. 다만 바리스타 친구가 한명쯤 있어야 한다. 체험장 주방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 '바리스타 자격증'. 원하는 메뉴를 직접 만들어 즐긴 뒤에 마무리까지 청소년 스스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봄날의 다락방에서 이루어지는 나눔 운동은 청소년에게 건전한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충주교당 교도들과 차문화인성교육원 강사들의 마음과 마음이 모인 타자녀교육 실천의 일환이다. 카페의 주인 '봄날의 바리스타'가 되려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에 진행하는 '청소년 바리스타 장학과정'에 참여하면 된다. 사)삼동청소년회(충주지회)의 후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커피는 향기나 맛을 즐기기 위한 기호식품이다. 하지만 커피를 물처럼 마시고, 골목마다 커피점이 없으면 어쩐지 서운한 느낌이 드는 2017년 대한민국에서 커피는 생활필수품처럼 여겨진다. 가볍게 선물하기 좋은 물품 가운데 차가운 물로 10시간 넘게 정성들여 내린 '더치 커피'(콜드브루)가 인기다. 대형 커피 플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는 '드립백 커피(Drip Bag Coffee)'를 경쟁하듯 내놓고 있다. 더치커피와 드립백 커피는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오늘도 주문 받은 커피를 포장하면서 '더치 교리', '드립백 마음공부'를 개발해서 생활시불법(生活是佛法)이 이뤄지는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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