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나 있는 길은 누가 못 가겠나. 길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고 신영복 교수가 던진 화두는 소태산 대종사의 "무슨 일이든지 남이 다 이루어 놓은 뒤에 수고 없이 지키기만 하는 것보다는 내가 고생을 하고 창립을 하여 남의 시조가 되는 것이 의미 깊은 일이니." 〈대종경〉 서품 8장의 말씀과도 통한다.

"없는 길을 개척하라!" 바로 '노마디즘(nomadism)'이 주는 교화지형의 변화 키워드다. '노마디즘'은 유목민들이 목축이나 사냥을 위해 계절과 기후의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거주지를 옮겨 다니며 살아가는 '유목적 삶의 방식'을 말한다. 한동안 유행했던 이 노마디즘도 이데올로기적 갈등에 휩싸여 본질이 왜곡되기도 했다. 곧 '유목주의'가 인류 역사의 '침략적 공격성'을 대변함으로써 '신자본주의'를 부추긴다는 부정적인 관점과 모든 구속을 벗어나 자유로운 사유를 함으로써 '디지털 환경에 가장 적합한 시대정신'이란 두 가지 간극을 보여 온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사회는 '이동'과 '변화'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영복 교수는 자신의 마지막 강의를 모은 〈담론〉에서 "차이, 다양성이라는 것은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 학습의 시작, 변화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 자기변화, 탈주로 연결해 노마디즘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마디즘'의 참 뜻은 가슴에서만 멈춰 있는 낡은 생각들을 과감히 깨트리는 데 있으며, 우리의 사유를 확장시키는 진정한 공부, 냉철한 머리라야 자신의 주체를 새롭게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뭔가 이상적인 것을 제시하고 거기에서 실천과제를 내려받는, 1인 또는 한정된 지도자들의 지혜와 역량에 의존해 가는 '근대적 사고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진리의 가르침을 전하고 사회의 공동선(共同善)을 실천하는 종교 또한 노마디즘이 주는 혁신의 힘은 더욱 절실하다.

교화의 역동성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반면 현장을 격려하는 목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그동안 원불교 교화는 수많은 '노마드(유목형 인간)'들의 창조적 개척정신에 의해 이뤄졌음을 직시해야 한다. 먼저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살려내야 한다.

11월3일~4일 개최하는 원불교 미래교화 컨퍼런스 '앞으로의 교당'은 이러한 시점에서 교화에 대한 재가출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지를 불태울 또 하나의 기회로 여겨진다. 그리고 새로운 '교화지형'이 발굴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소태산 대종사가 제시한 '교화단'과 '훈련법'은 대중들의 집단지성과 교화의 생명력을 창출할 수 있는 '노마드형 교화지형'이다. 교단은 '교화단'과 '훈련법'으로 머리부터 가슴까지 쇄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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