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는 사회교리에 대한 중요한 지침이 된다. 사회교리는 천주교가 19세기 후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한계, 노동자와 자본가의 관계, 국가의 의무와 권리 등 인류가 직면한 새로운 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이후 1960년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세상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며,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보고 신앙적, 윤리적 기준들을 정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정신을 계승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해결하라고 한다. 교황은 종교를 개인의 영역으로만 가두지 말고, 자신들에게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해 의견 표명을 하며, 나아가 정의가 정치의 목적이며 고유한 판단 기준이라면, 교회가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리고 신자본주의, 인권, 환경보호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교리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 핵심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류의 공동선을 도모하는 것이다.

우리는 교법의 총설에서 모든 종교의 교지(敎旨)도 통합 활용하라는 정신에 입각하여 이러한 사회교리의 정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보다 구체적인 이유는 첫째, 성불제중과 제생의세의 가르침에 있다. 즉 내면의 깨달음과 사회적 깨달음이 일치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후자는 마음공부와 자비의 정신으로 원불교가 사회 참여에 더욱 활발하게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이다. 물질과 정신개벽은 한 개인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문제이다. 인류가 물질적으로 공진화(共進化)하는 가운데 정신 또한 공진화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물질문명에 대한 정신문명의 대응은 인류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셋째는 〈정전〉의 병든 사회와 치료법이다. 여기서는 사회의 병을 치유하여 건전하고 평화한 사회를 만들 것을 가르치고 있다. 개교의 동기로부터 법위등급에 이르기까지 〈정전〉의 가르침은 최종적으로 자신과 사회의 병을 치유하는 과정이다. 병든 사회를 치유하기 위한 사회교리의 확장에 대한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요는 이 사회교리의 전범(典範)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 사회가 직면한 모든 문제에 대해 대응할 것을 이미 대종사 재세 시부터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신앙과 수행을 사회적 실천으로 드러내는 것이 사요이다.

말하자면, 어떠한 종교적 자세로 살아갈 것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 진리의 세계와 상통하는 그대로의 삶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요는 고통을 동반하는 사회의 모든 현실문제에 대해 마땅히 진리세계에 입각한 사회교의를 제정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생명의 존엄과 직결된 생명윤리를 들 수 있다. 특히 생명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낙태, 자살, 존엄사, 연명치료중단, 사후 장기이식, 고독사 등 많은 문제가 있다.

이 외에도 세계적으로는 국가와 정의, 신자본주의, 노동과 삶, 지구환경, 핵발전소, 핵무기, 분쟁과 전쟁, 사회적 소수자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회교리를 제시해야 한다. 사회교리는 곧 진리적 종교와 사실적 도덕을 지향하는 우리 삶의 지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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