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태 교수 '교서결집에 대한 연구', 다섯 가지 오류 밝혀
해석오류, 오탈자, 근거미약, 상황성 부재…현행본 문제점 많아

〈대종경〉은 소태산 법문을 널리 알리고 오래 기억하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원기13년(1928) 교단최초 기관지 〈월말통신〉이 시초다. 이후 송도성 종사의 대종사 법문수필집 〈법설집〉, 대종경편수위원회가 발족돼 〈대종경〉 편수 등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대종경〉이 불완전해 재결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끌었다. 10일 원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월례연구세미나에서 '교서결집에 대한 연구-〈대종경〉 결집의 방향을 중심으로'를 발표한 류성태 교무의 주장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어느 종교든 교서 결집에 있어 초판본의 한계와 그 보완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며 "그것은 단시일 내지 일회성에 의한 교서 결집의 무오류적 완벽성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종경편수위원회(이하 편수위)가 자료의 집약, 분류 작업을 매듭지은 후 정화사에서 그 업무를 이어받아 원기47년 교서를 발간하면서 과연 완벽하고 무오류적인 결집이었는가를 묻는 것이다.

이어 그는 "기록에 의하면 교전발간 후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앞으로는 길이 이에 대한 일자일구의 수정도 가할 수 없음을 거듭 결의한다'고 했지만, 1세기가 지난 현 시점에서 교리의 체계화 내지 언어 변화성을 볼 때 교단으로서는 경전 법어의 효율적 전달을 감안해야 한다"며 "〈대종경〉편수 당시 수집된 자료는 800여 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채택된 법문은 500여 건으로 누락된 법문은 〈대종경선외록〉에 실렸다"고 말했다. 편수위가 결집할 당시의 기준이 오늘날까지 적용될 정도로 완벽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대종경〉 재결집이 필요한 다섯 가지 이유를 밝혔다. 첫 번째로 법문 전거(典據)의 한계다. 〈대종경〉 15품 547장 가운데 출전근거가 밝혀진 자료는 242장에 불과하다. 출전근거가 미흡한 대표적인 예가 서품 1장이다. 소태산 '대각일성'으로 익숙한 이 법문은 사실 원기 원년의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종경〉 편수위 실무책임자였던 범산 이공전 종사는 서품 1장에 대해 "소태산은 대각 후 동학교인들이 '弓弓乙乙' 하는 소리를 듣고 '궁궁을을을 하나로 이으면 일원상이 아닌가'하면서 '한 두렷한 기틀을 지었도다'고 했다"고 원기93년 '원로교무 초청 교리형성사'에서 밝힌 바 있다(〈원불교신문〉, 1997년 6월6일). 즉 서품 1장은 교리적으로 후기에 속하는 내용으로, 형태 또한 매우 세련된 형태라는 점에서 그 내용은 대각일성이라 하기 어려우며, 교리가 완정되는 시기나 이후의 것으로 보는 게 옳다.

둘째 〈대종경〉 법문 중 상당수가 '상황법문의 미완'이라는 점이다. 상황법문의 미완이란 소태산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법문을 설한 것인가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종경〉 각 품 각 장의 설법연기가 분명하지 않으면 전체적인 해석에 지장을 가져올 수 있고, 신빙성에 대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법문의 원형을 확보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세 번째는 <〈대종경〉 편수과정에서 편수위원들의 법문자료 첨삭에 대한 임의성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교단적 합의에 의해 선정된 편수위 자료선택 임의성은 공인된 것이지만, 자료 수합과 분류과정에서 자료의 미비 및 작업의 시한이 있었을 것이다. 이는 범산 이공전 종사는 <대종경> 결집의 단초인 <종화대강> 서(序)에서 "〈대종경〉과 창건사의 편집이 완료돼 간행될 때까지는 '불완전한 편집'이 있을지 모른다"면서 "〈대종경〉 초록에 있어 친저문장 가사 등을 제외하고는 반드시 원문의 일자일구에 충실하지 못하였으며, 애초에 촬요(撮要)를 위주하고 시작한 일인 이상 당돌한 일이나 어쩔 수 없었다"고 시인 한 바 있다(<범범록> p.41).

네 번째는 〈대종경〉에 인용된 용어나 문맥의 파악에 난해한 점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즉 정령에 대한 개념, 천도품 내용이 소승적인 유아윤회론으로 해석될 우려, 무극이 도교 용어임에도 유교용어로 묘사된 점(교의품3장), 성리 개념이 유교적 용어로 한계지어질 수 있는 문제 등 해석상 난해함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대종경〉의 편수과정에 있어서 전문학자들의 고증을 거쳤다는 기록은 없으며, 원전의 인용에 있어 원문과 다른 경우 해석상 한계가 발견된다.

다섯 번째 법문 서술방식에 있어 문제점이 여기저기 보인다. 〈대종경〉의 특이한 어미형인 ①원인과 전제형: ~나니, ~거늘 ②이유형: ~는지라 ③추측형: ~터이니, ~꼬, ~으리라 ④단정형: ~이라, ~이러라, ~이니라 ⑤당위형: ~지니 ⑥명령형: ~지어다 ⑦고어형: ~사 ⑧조건형: ~진대 등은 〈대종경〉의 한문체와 고어체 표현과 함께 오늘날 어법에 어색할 따름으로 현대인들에게 소태산 법문의 용이한 전달에 애로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천도품 35장 '〈열반경〉에 이르시기를, 전생 일을 알고자 할진대 금생에 받은 바가 그것이요, 내생 일을 알고자 할진대 금생에 지은 바가 그것이라'는 경귀의 성문은 욕지전생사 금생수자시 욕제래생사 금생작자시(欲知前生事 今生受者是 欲知來生事 今生作者是)가 된다. 하지만 이 글귀는 〈열반경〉에는 나오지 않고 〈삼세인과론〉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는 "〈대종경〉 재결집의 과제와 방향은 소태산 대종사가 〈대종경〉을 친감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편수위의 의도적 편집성향 등으로 후래 여러 문제점이 발견된 이상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며 〈법설수필집〉이나 〈우당수기〉 등 소태산 친견제자들이 기록한 사료의 재발굴, 〈대종경〉 현행본을 자료 원본과 대조해 상황성을 재조사하고 절단보단된 측면을 되살리는 작업, 법문 전달의 효율성을 위한 〈대종경〉 해석학적 접근, 시대에 맞는 〈대종경〉 서술 방식의 대전환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그는 "몇 천년의 역사를 가진 기성종교들도 경전 결집이 현재 진행형임을 감안할 때, 원불교 교서 결집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는 의식이 중요하다"며 "소태산 사상의 본지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재결집 과업은 교단적 관심 속에서 전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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