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주 교도/중앙교구 도원교당
오해와 불통으로 정든 직장을 떠나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나라는 상(相)
내가 못 당할 일은 남도 못 당해

나에게 원기102년은 새로운 도전과 내 삶에 큰 변화를 준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원불교 교도이며 마음공부하는 공부인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내 마음이 한 단계 진급하는 한 해였다. 무엇보다 공부심을 놓지 않고 이겨낸 나에게 감사한 해였다.

나는 지난해 말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언제 어디서나 나보다 함께하는 직원, 어르신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에 몸을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일했다. 그런데 그런 내게 나름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오해와 소통의 문제로 인하여 자존심과 마음에 상처를 가득 안고 문제가 일어난 날, 나는 정든 직장과 정든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이별을 하고 말았다.

그 일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울다 자다를 반복하면서 보름을 죽을 만큼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때의 상황이 떠오를 때마다 믿어주지 않고 보고 들은 내용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고 진실을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나가라고 소리 지른 사람에 대한 원망심이 들었다. 내가 그들에게 그렇게 믿음을 주지 못한 사람이었던가 하고 자책이 들어 정말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보름이 지나고 나의 첫 외출이 된 중앙총부 신정절 기념식에서 종법사님 신년법문을 받들게 되었다.

경산종법사님은 성자가 되는 길에 대해 '내 마음에 공들이고, 그 일 그 일에 공들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공들이자'는 신년법문을 내려주었다. 해마다 내려주는 신년법문은 한 해 공부거리이지만 올해는 유독 나에게 꼭 필요한 법문처럼 받들었다. 신년법문을 듣고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살 수 있는 길은 오직 나에게 공들이는 일이구나, 하고 새해 다짐을 굳게 했다.

그날부터 나는 마음이 일어날 때마다 바라보고 또 바라보면서 의문을 걸고 깊이 생각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서야 나를 힘들게 한 것이 진정 무엇인지 알게 됐다. 그것은 나라는 상(相)이었다.

내 안에는 '내가 그동안 어떻게 했는데, 가정보다 직장이 먼저였고, 직장을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나 없이 잘 돌아가는지 보자' 하는 마음이 가득 들어있었다. 또 '내가 어떻게 만들어 놓은 체계인데, 내가 그동안 그렇게 믿음을 못 주었나?' 하고 내가 지은 성과에 대해 못 알아준 데에 대한 원망심을 바라보게 되니 지난날의 나의 실체를 똑바로 쳐다보게 되었다. 그런 뒤에서야 내려놓는 공부가 쉬워졌다. 그때 품었던 원망심도 내려지고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구나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지고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 성격을 아는 주위 인연에게 내가 얼마나 많은 걱정을 끼치고 있는지도 보이고, 망가진 나의 모습도 보게 되었다.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니 저절로 참회가 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지금 나의 모습이 그동안 공들인 결과이다.

그다음, 일마다 공들이는 공부에 있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간호사가 직업인 나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일할 곳과 일할 자리가 생겼다. 모든 게 감사했다. 새로운 직장에서는 인연 불공의 표준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공부'로 표준 삼았다.

아직도 주위에서 나를 걱정하는 마음이 크다. 너무 모든 것을 걸고 열심히 하지도 말고 너무 정 주지도 말고,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도 말라고 한다. 나도 두 번 다시 상처 받지 않기 위해 그러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내가 타고난 기질이 있는데 대충이라는 옷은 아무래도 내 옷이 아닌 것 같다. 지금 여기 내가 있는 곳,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가. 원래 저대로, 제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내가 필요한 곳에서 내가 하고 있는 그 일 그 일에 정성을 다하고 모든 일에 내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들이며 살고 있다.

나는 인연 불공의 표준을 <대종경> 인도품 12장에 두었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내가 못 당할 일은 남도 못 당할 것이요, 내게 좋은 일은 남도 좋아하나니, 내 마음에 섭섭하거든 그리 말고, 내 마음에 만족하거든 나도 남에게 그리하라. 이것은 곧 내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을 생각하는 법이니 이와 같이 오래오래 공부하면 자타의 간격이 없이 서로 감화를 얻으리라"고 했다.

공부하기 좋은 때는 내 마음에 경계가 왔을 때, 힘든 일을 당했을 때라고 한다. 사람이 보배이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해 주는 것이 사람에게 공들이는 일이라 생각한다. 문제가 있을 때 전해들은 대로 처리하기보다 무슨 이유가 있겠지 혹은 무슨 사정이 있겠지 하며, 기다렸다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지 들어주는 것, 그것이 내가 지금 처한 일에서 사람에게 공들이는 법이다.

만나는 모든 인연과 지금 하고 있는 그 일 그 일에 정성을 다하면 나와 일과 사람에게 공들이는 일이 되지 않을까. 아직 남은 원기102년 나와 일과 사람마다 공들이는 일에 더욱 노력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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