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CM 건축사사무소 조호용 대표
하단성적지·유엔석포교당·거제엠파크 등 설계
일원기와 외벽·불단위 자연채광 원불교 특징 살려

[원불교신문=이은전 기자] 영남지역 교화발상지인 하단성적지는 교단 16호 유적지에 걸맞게 지난 6월18일 1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봉불식을 치렀다. 외벽은 유리와 ‘일원기와’로 마감해 웅장함을 더했고 지붕에는 대형 일원상을 별도 건물로 올려 멀리서도 눈에 띄게 설계했다. 밤에는 일원상 동그라미 안으로 빛이 모이도록 조명도 넣었다. 연면적 795㎡, 지상 3층 건물로 지어진 하단성적지를 설계한 사람은 중앙CM 건축사사무소 조호용(법명 설형·금정교당) 대표다. 부산광역시 건축사회 법제위원장이기도 했던 그의 원불교 관련 건축물로는 금정교당(감리), 유엔석포교당, 하단성적지로 세 번의 봉불에 참여했다.

부산시 연제구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니 20여 년 전의 설계도면부터 현재 작성 중인 도면까지 온갖 서류철들로 가득했다. A1 크기의 도면철을 펼쳐보니 빽빽한 선이 가로 세로 사선으로 복잡하게 그어져 있고 사이사이에 돋보기로 들여다봐야 할 정도로 작은 글씨의 숫자들이 정교하게 자리잡고 있어 전문분야를 실감케 했다.

"이 일의 특성이 도중에 중단할 수가 없어 최종 납품 직전 10일 정도는 밤샘 작업하게 됩니다. 5층 건물 작업에 약 3개월 소요되는데 중간에 흐름이 끊어지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면 약속을 잘 안 잡습니다."

건설공사 계획이 있는 발주자(처)의 의뢰로 설계도, 내역서, 시방서를 제공하고 법적 절차를 수행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건축사다. 건축가는 건축물을 설계하는 사람을 통칭하는 것이고 건축사는 건축사자격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교부받은 사람을 말한다. 건축사법에 의하면 5년제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3년의 실무경력, 4년제 졸업의 경우는 5년 실무경력을 거쳐야 건축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건축사 경력 20년을 훌쩍 넘긴 그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불경기와 함께 건축사 배출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무한경쟁에 내몰린 어려움을 전했다.

"밤샘 작업만 힘든 것이 아니고 건축물에 대한 무한 책임으로 법적인 논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스트레스가 많지요. 건축주에게 보내는 납품서에 기록된 모든 자료는 법적인 효력을 가지는데 그 자료에는 건축 설계와 감리를 맡은 건축사 이름만 들어가거든요."

최근 '기울어진 부산 사하구 오피스텔'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설계, 감리, 시공 등을 따져 법적인 책임 소송전이 벌어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하구 오피스텔의 경우, 펄로 돼 있는 연약지반의 특성을 감안해 설계를 해야 하는데, 건축주가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기초공사를 허술하게 한 것은 아닌지, 설계대로 시공됐는지를 확인하는 감리 역할은 똑바로 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할 겁니다."

경남 거제시 신현읍 고현리에 위치한 10층 건물인 멀티플렉스 복합상영관 엠파크는 11년 전 그의 작품으로, 지금도 운전하다보면 거제 시내에 진입했음을 알려주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건축사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반대로 건축물이 가시적으로 탄생되니 성취감도 큽니다. 어떤 직업이 이렇게 독자적인 흔적을 뚜렷하게 남길 수 있겠어요? 힘들어도 이 일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지요."

발주자의 요구에 부응해 내부는 기능적으로, 외부는 미적인 디자인으로 설계하기 위해 고심하고 도면을 그려내는 작업이 즐겁다는 그는 천생 건축사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도 잘 그렸지만 의뢰자가 원하는 건물을 말로 풀어내면 이미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구체화하는 직관력이 뛰어나다. 의뢰자 앞에서 펜으로 슥슥 그려 '이런 건물이냐?'고 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정확해 건축물이 완성됐을 때 싱크로율 100%일 때도 있다.
"건축은 디자인, 실용성, 경제성 등이 다 필요한 종합 예술이지만 요즘은 시대가 많이 변해 디자인이 우선입니다. 내부 동선, 기능도 매우 중요하지만 건물주가 바뀌면 기능 요구도 바뀌게 되므로 아무래도 디자인이 흡인력이 크지요." 원불교 건축물에는 특히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다는 그는 유엔석포교당을 설계할 때, 교도들의 연령대와 장기적인 관점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공사비용이 10퍼센트나 증가하지만 엘리베이터를 넣자고 교도들을 설득했어요. 요즘은 교도들 개인 집도 수준이 매우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교당 내외부의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게 해야 합니다. 건물 외벽을 유리와 대리석으로 마감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하단성적지를 설계할 때는 원불교를 상징하는 외벽 장식을 고민하고 있던 중 교구 사무국에서 ‘일원기와’를 추천했고 수소문 끝에 제작 공장에 의뢰해 직접 주문했다. 대각전 불단 위쪽으로 창을 내 낮에 불을 켜지 않아도 되는 일원상 위 자연채광 설계는 신비하고 엄숙한 효과도 거뒀다.

그는 오래 전 유수홍(동래교당) 부산광역시 건축감리협의회장의 '원불교에 관심 가져보라'는 말에 교당을 찾게 된 인연이 생각할수록 감사하다. 이제 그가 상생으로 만나야 할 인연을 생각하면 마음이 바빠진다.

[2017년 11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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