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 교무

소태산이 구상한 새로운 종교가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저축조합의 시작이다. 종교의 문을 새로 연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별한 출발을 위해 준비하고 결의한 내용을 저축조합의 결성 의미에서 다시 살펴보게 된다. 처음 소태산은 사람들의 의식 정도에 따라 방편교화로 출발 했지만 어느 정도 사람이 모인 후 1917년 음력 8월경에 저축조합을 만드는 취지를 설명한다.

저축조합이란 공부와 사업을 하기 위한 공부비용과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두가 동참하도록 하는 경제자립 운동의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소태산의 출발이 특별한 점이 바로 경제자립을 시작으로 종교가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밥을 줘야 하는가? 아니면 밥을 구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가? 사람마다 전과 후를 선택하는 적당한 이유는 다 있을 것이다. 소태산의 선택은 어땠을까?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생계보다 급한 것이 도덕공부가 될 수 있을까?

진도의 옛 이름은 옥주(沃州)라고 한다. 섬임에도 불구하고 논과 밭이 많고 바다의 해산물까지 풍부한 고장이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적은 곳에서 예술이 나온다고 한다. 여유롭고 풍족해야 예술적인 것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도덕과 정신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시점도 생활에 어느 정도 여유로움이 생길 때 가능해 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태산은 가난에 처한 사람들을 도학 공부에 안심하고 입문시키는 방법은 생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공부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다. 경제적 자립을 바탕으로 한 도덕회상의 주인이 되도록 인도하는 방침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특별한 사람이 주인으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동참하고 규칙을 지키는 조합의 형식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운 사실이다.

저축조합의 운영방식은 허례폐지, 미신타파, 금주단연, 근검저축, 공동출역 등으로 스스로 삶을 변화시켜 모인자금으로 경제적 토대를 마련하는 새 생활운동이었다. 돈이 있는 사람들의 자선으로 이끌어가는 단체가 아니라 무산자들이 경제자립을 통해 정신의 자주력을 얻기 위한 정신과 물질의 자립운동이 전개된 것이다.

생활에서 물질과 정신, 영과 육, 일과 공부를 따로 보지 않고 삶 속에서 복락을 찾는 방법을 제시하는 현실적인 제도의 방법인 것이다. 따라서 소태산은 단순히 가난을 면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고해에 빠진 일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결속으로 공부와 사업을 병행하는 실천운동을 만들어가는 조합인 것이다.

우리는 저축조합원이다. 이 사실은 원불교가 존재하는 한 이어가고 살려내야 하는 정신이다. 물질을 선용하고 정신개벽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잊지 말아야 하는 회원규칙이다.

가진 것에서 절약하고 허례와 허식보다는 공익에 도움이 되는 소비 권장, 원불교인들의 살아있는 영육쌍전의 정신이 먼저 필요한 세상이다. 작은 일부터 이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고, 우리 사회를 아름다운 가게로 만들어가는 조합원의 모습이 아닐까.

/와룡산수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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