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사요는 사회교리인 동시에 실천윤리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의 자력양성은 정각정행으로부터 무아봉공에 이르는 4대강령의 정신축이다. 역사적 현실에서는 민주시민사회, 그리고 지구공동체 발전에 따른 의식과 생활방식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자력양성의 강령은 자력을 세워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무자력한 이웃까지도 보호하라고 한다. 조목으로 의뢰생활을 버리고, 여권신장, 직업·생활의 자유, 그리고 가족윤리의 확립을 들고 있다. 여기에는 자유와 평등을 위한 인류의 부단한 노력이 깃들어 있다.

전근대는 권위적 힘이 지배하던 봉건사회였다. 인간은 근대에 비로소 미신과 무지로부터 벗어나 이성적 자아에 눈뜨게 됐다. 유럽에서는 신이나 왕, 귀족과 같은 타자로부터 벗어나 독립하기 시작했다. 생각하는 자아를 확립함으로써 자유로운 존재인 인간의 권리를 주장했다.

억압과 불평등의 봉건적 질서는 무너졌다. 동양 또한 태어난 계급, 성별, 소속에 따라 사회적 위치가 결정되고, 정치·경제적 활동에서 제약을 받았다. 조선시대 성리학적 위계질서가 바로 그것이다.

자력양성은 이 고통을 떨쳐내고 천부적인 인간 존엄성과 공동체윤리를 확립하기 위한 가르침이다. 그렇다고 현대에 와서도 이러한 합리적인 근대이성에 의한 사회질서가 완전히 정착된 것은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약자의 권리나 직업·생활의 문제, 가족윤리는 여전히 전근대의 오랜 관습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지구적 차원의 자본유통에 기반한 신자유주의에 의한 사회적 불평등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한편 근대적 자아는 주체성의 확립을 강조하다보니 자연은 물론 타자와 대립하게 됐다. 자기중심의 자아, 즉 에고가 더욱 공고해진 것이다. 따라서 타자에 대한 무자비한 지배를 정당화한다.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마음대로 착취하거나 타협을 모르는 정치·경제적 현실이 전개된다. 식민통치를 통한 근대의 제국주의나 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의 갈등이 더욱 첨예화된 현대사회가 이를 반증한다.

이 위기를 타개하는 것은 각자의 불성을 지구와 우주로 무한히 확대하는 것이다. 최근 자아초월심리학이나 공유경제 혹은 국가연합의 발생은 이러한 정신문명과 궤를 같이 한다. 개인의 자아는 불염(不染), 불괴(不壞), 불변(不變)의 불성에 기반, 대산종사가 "나 없으매 나아님이 없고, 내 집 없으매 내 집 아님이 없다"고 설한 것처럼 시공을 넘어선 대아(大我)로 나아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지구 혹은 우주적 자아를 확립하고, '오래된 미래'라는 말처럼 무너진 인간윤리와 파괴된 공동체가 시대에 맞게 복원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배타적 이기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대아의 사회화가 긴요하다. 〈보성론(寶性論)〉에서는 본성 청정한 법신이 모든 중생에게 편만하고, 부처와 중생 간 본성의 차별이 없으며, 모든 중생은 성불이 가능한 불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일원상의 진리가 우주만유의 본원이며, 제불제성의 심인이자 일체중생의 본성인 것과 상통한다. 자력양성은 확고한 진리신앙과 수행에 기반, 무명의 알을 깨고 나온 자아를 무한히 확대해 사회와 우주를 감싸는 대아 즉 무아(無我)인 활불의 마음으로 확대해 갈 때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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