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교화가 어렵다는 말은 다한다. 그러나 실제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교화통계 자료를 보면 원기75년~101년 25년 동안 학생법회 출석률이 45% 감소했다. 그것도 최근 9년 동안 교립학교 출석률이 26%로 꾸준히 증가하는 덕분에 감소 수치가 희석된 것이고 일반 교당 학생법회 출석률은 심각하게 감소했다. 교당 공지 사항에 열반 소식은 자주 보이지만 청소년 증가 소식이 증발한 지 오래다. 향후 이대로 20~30년이 흐른다면 미래가 아찔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청소년법회가 부진한 사정은 교당마다 다르지만 잘돼가던 교당이 주저앉은 이유는 대부분 담당교무의 이동이 원인이다. 처음 부임해 모래알처럼 흩어진 청소년들을 학생법회의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2~3년 걸린다. 그렇게 구슬땀 흘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으면 순환근무제로 교무가 이동한다. 교무를 믿고 일심합력으로 밀어주던 교도들이 허탈감에 빠지고 안그래도 화려한 외부 세상에 학생들은 쉽게 흩어져버린다. 게다가 학생회를 열정적으로 이끌던 교무는 다른 곳으로 가서 처음부터 다시 맨 땅에서 교화를 시작한다.

순환근무제로 야기된 잦은 이동의 문제는 교당, 청소년, 교무, 교단을 모두 피해자로 만든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나 학원과 마찬가지로 교당도 전문성을 필수로 하는 특수 직종이다. 물질개벽의 시대인 현대로 올수록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매체는 넘쳐나 그들을 오롯이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동안 들여온 시간과 정성에서 터득한 경험이 최고의 전문성이다. 담당교무의 지극한 정성으로 쌓아온 청소년과의 레포가 또다른 전문성임은 말할 것도 없다.

전문성을 경시하는 풍조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아마추어리즘'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고 직후 상황을 장악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재난 전문가는 전무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전문가들은 이런 양상을 공무원 인사시스템인 순환근무제가 빚어낸 적폐라고 분석했다.

짧은 기간에 자리를 옮기면 생소한 곳에 다시 적응해야 하고, 또다시 옮기는 악순환이 발생해 결국 전문성을 축적할 기회가 없게 된다. 취재하다보면 '과거 찬란했던 학생법회' 시절, 수십 명의 학생들이 학교 마치면 교당에 와서 놀았다는 '무용담'을 자주 듣게 된다. 특별히 재미있는 곳이 없어 종교시설을 자주 기웃거리던 그 시절과 달라도 한참 다른 요즘은 전문성이 없으면 청소년을 지도할 수 없다.

순환근무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너무 잦은 인사이동'이 문제다. 청소년담당 교무가 직무 전문성을 축적하고 청소년들도 안정적으로 교당에 정착할 수 있게 하는 방법,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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