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정화

 9월의 원불교 달력을 떼어내니 "지금 세상은 과학 문명의 발달을 따라 날로 욕심이 치성하므로 마음공부가 아니면 이 욕심을 항복 받을 수 없나니라"의 말씀이 있었다. 또한 100여 년 전 개교의 동기에서도 과학 문명이 발달됨에 따라 사람의 정신이 점점 쇠약해짐을 예견하고 사실적 도덕훈련을 강조하고 있었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도 바른 인성을 겸비한 창의융합형 인재상을 제시하고 있다. 초등학교 도덕과에서는 ‘도덕함’을 강조한다. 도덕함(doing)은 인간의 도덕적 삶이 아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되고 실천 즉, 자신의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도덕교과를 가르치면서 반성하는 방법을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해야 할 일을 모두 적고 중요한 순서를 정하고 실천유무를 체크하며 하루를 돌아보고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학생들과 2주일간 실천해 보기로 약속하고 매일매일 사고력대조표를 작성하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하기로 하니 실천의 힘이 더욱 커졌다. 2주일 후에 지속적으로 실천한 학생들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많은 학생들이 실천하지 못했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고 또 다시 실천해보도록 독려하려고 한다.

그리고 1, 2학년 ‘안전한 생활’을 가르치면서 실천의 중요성을 많이 느낀다. 어른들은 일상의 소소한 규범들을 종종 어긴다. 안전한 생활교육에서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초록불이 켜지면 좌우를 살피고 운전자와 눈을 맞추고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너라고 지도한다. 아이들에게 횡단보도를 건넌 경험을 발표하라고 하니, 여기저기서 부모님과 어른들, 친구들이 신호를 어기고 지나간 이야기를 한다고 바빴다. 사소한 일상의 규범들을 무시해서 해마다 일어나는 교통사고가 얼마나 많은가?

내가 횡단보도에서 초록불이 켜지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함께 기다리는 것이 느껴진다. 한 번은 횡단보도에서 초록불임에도 오토바이가 휙 지나가는 바람에 옆 사람이 다칠 뻔한 순간에 팔을 잡아 당겨 사고를 면했다. 아이들과 안전한 생활 공부하면서 일상의 규범에 더욱 민감해진 덕분임을 알고 기뻤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학생들 생활교육에 다양한 방법으로 온갖 힘과 정성을 쏟고 있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본성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의 거친 행동이나 무례함을 두고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지금 힘들고 걱정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파란고해를 헤치고 나갈 무기가 있으니 또 얼마나 다행한가?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써 정신세력을 확장하고, 물질의 세력을 항복받아 평화로움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다.

마음이 요란할 때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이들을 나의 기대대로 빨리빨리 변화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아이들의 다양한 행동에 마음의 항상성을 유지하면서 차분히 대처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일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조금씩 안정감을 찾게 된다.

마음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면 하루도 쉬지 않고 해야 할 공부가 마음공부가 아닌가 싶다.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밝아질 때는 아이들에게 저절로 사랑이 베풀어진다. 하지만 많은 업무나 미해결 과제들이 늘어나면 또 마음의 먼지가 쌓인다. 그래서 일 없을 때는 일 있을 때를 경계하라고 했는가 보다.

마음공부의 원리를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는 실천 속에 날로 치성하는 욕심을 항복받는 그날까지 정진적공하면서 상처난 아이들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고, 교육현장을 환히 밝히는 교사가 되리라고 다짐해 본다.

/사천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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