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상 작가/북일교당
[원불교신문=정도상 작가] 〈티벳 사자의 서〉에 따르면 영은 '치카이 바르도', 즉 '죽음의 순간의 바르도'인 '첫 날'에 대자유를 얻지 못하면 사후의 두 번째 단계인 '초에니 바르도', 즉 '존재의 근원을 체험하는 바르도'를 본격적으로 여행하게 된다. 사후 14일까지의 기간이 두 번째 바르도다. '초에니'는 산스크리트어의 다르마다(Dharmadha, 法性)에 해당되는 티벳어로 영이 이 기간에 자기 존재의 근원과 직면하게 된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법력이 높은 사람, 비록 수행자나 성직자는 아니지만 허공법계가 법력을 인정한 사람 그리고 극단적으로 악마에 가까운 사람은 바르도를 거치지 않는다고 한다. 법력이 높은 영이거나 선한 카르마로만 생애를 채운 영은 치카이 바르도의 순간에 성주나 진언(眞言)를 듣고 곧장 일원대도를 깨닫게 된다. 일원대도를 따라 법신불사은의 세계인 영원한 자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임종할 때 교무가 끊임없이 성주를 송(誦)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반면에 악의 카르마만 가득한 사람은 즉시 축생계에 환생하게 된다.

사후 이틀째에 들어선 영은 자기를 위한 음식물이 차려져 있고, 입고 있던 옷은 수의로 바뀌었으며 자신의 육체는 냉동고에 들어있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고 한다. 상복을 입은 가족들은 구슬피 울고 있으며 생전의 종교에 따라 교무나 승려, 신부나 목사 등이 와서 영을 위로하는 의례를 치르는 것을 보게 된다. 영은 살아 있는 동안에 이루어진 그 사람의 정신적 성향으로 이루어진 사념체이다. 사념체를 티벳어로는 ‘박차위루bag-chags yid-lus’라고 한다. 위루는 마음의 몸, 또는 사념으로 이루어진 몸. 박차는 습관, 성향이란 뜻이다. 이 성향은 세상에 있을 때 만들어진 것이다. 살아 있을 때 행한 선행과 악행, 그리고 생각들이 의식 속에 깊이 박혀 잠재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을 말한다.

사념체는 살과 뼈로 만들어진 육체를 갖고 있지 않으며 중력을 비롯한 물리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절대성의 세계에 존재하는 영적 존재이다. 중음의 세계를 여행하는 영에게는 어떤 안내가 필요하다. 그것을 티벳에서는 〈사자의 서〉라고 하며 원불교에서는 '천도품'이라고 한다. 〈사자의 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안내를 시작한다.

"아, 고귀하게 태어난 자여. … 이 세상의 삶에 애착을 갖거나 집착하지 말라. 그대가 마음이 약해져서 이 세상에 남겨 둔 것에 아무리 집착할지라도 그대는 이제 여기에 머물 힘을 잃었다. 그대가 집착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대는 이 윤회계의 수레바퀴 아래를 헤매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 그러니 마음이 약해지지 말라. 다만 진리와, 진리를 깨달은 자와, 그를 따르는 구도자들을 기억하라."

소태산은 여행하는 영들을 위해 '열반 전후에 후생 길 인도하는 법설'을 지었다. 소태산의 '천도법설'은 '중음의 세계를 여행하는 영들을 위한 후생 길 안내서'인 것이다. 비록 첫 날에 대자유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을 놓쳤다고 하더라도 영들은 '천도법설'을 새기고 성주를 듣고 깨닫기만 한다면 첫 번째 칠일의 여행 중에 대자유로 가는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11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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