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좌선이 자신감있는 작품활동에 도움
영광은 문화적 요소로써 최고의 환경 갖춰

[원불교신문=최지현 기자] 지난 9월15일~24일 영광 불갑사에서 열린 제17회 상사화축제에서 야외 조각전시회로 많은 관광객들의 이목을 끈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영광교당 이은희 교도. 그의 전시는 영광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여진 야외 조각 전시였다. 아침 이슬에 혹여 작품이 젖을까 새벽부터 밤까지 자리를 지켰다는 이은희 교도는 이번 전시회가 그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한다. 3일 영광의 한 찻집에서 그를 만나 상사화 축제 뒷이야기와 조각가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결혼을 하고 시부모님을 통해 영광과 인연을 맺었어요. 담양, 함평, 광주 등 전시회를 하러 많은 도시를 다녀봤지만, 뛰어난 자연경관과 원불교 성지, 불교도래지 등 문화적 요소가 풍부한 영광은 저에게 특별하게 다가왔죠. 그런데 영광에서는 예술문화 전시회가 많이 열리지 않는 것을 알고 아쉬움이 들었고, 상사화축제에서 야외 전시를 하게 됐습니다."

그는 이번 전시회를 열기까지 조각을 손수 옮겼고, 조명기구가 두 개만 설치되는 등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전시기간 동안 입소문을 통해 30만명의 관람객들이 찾았고, 영광군청에서 조명을 지원해줬다.

"새벽에 이슬이 맺히면 조각에 물방울이 생기고, 변형이 올 수 있어서 저녁엔 비닐로 작품을 감싸놓고 다음날 일찍 와서 비닐을 제거했어요. 사람들이 얼마나 찾아줄까 걱정이 됐는데, 예상보다 더 많은 인원이 와서 뿌듯했습니다.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고 행복해하는 이들을 보니 흐뭇했고, 영광과 총부에서까지 교무님들이 방문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가 조각을 처음 시작한 것은 고등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생 시절 미술을 전공하던 그는 고등학교 때 화실에서 처음 흙을 만졌다. 따뜻하고 부드럽게 퍼지는 흙의 느낌에 빠져들게 됐다는 그. 조각의 매력에 심취해 조소과를 진학한 그는 짧은 스포츠머리에 카고바지를 입고, 오로지 작업만 하는 '작업벌레'가 됐다.
▲ 바라보기 70x30x51(H) Bronze 2015.
▲ 하나의 또 하나 45x35x47(H) 대리석.
"조각의 재료는 목조, 철조, 브론즈, 테라코다(흙) 등이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추상적인 작품을 주로 하는 작가들이 많지만 저는 근본적인 것을 좋아합니다. 하나의 조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드로잉-흙작업-속틀-겉틀-석고작업-브론즈 또는 돌공장 작업-컬러링 작업까지 7단계를 거칩니다. 얼마 전 광주에서 열린 미술 전시회에서 100명의 미술가 중 조각가는 4~5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만큼 조각가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죠.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5~6개월씩 걸리기도 하고, 너무 힘들어 악을 쓰면서 작품에 몰두할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4면을 통해 내 마음을 입체감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조각은 많은 매력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을 살피다보니 모두 하늘을 향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자신감'이라고 대답했다. 작업을 하다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순수한 마음이 생겨난다는 그, 마음공부와 아침 좌선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제가 작품에 집중할 수 있기까지 원불교 마음공부와 시어머님(영광교당·조정길 교도부회장)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자신감을 가지고 작품에 몰두할 수 있었죠. 많은 작품이 있지만 그 중 '바라보기(70x30x51(H) Bronze 2015'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인간과 자연을 이미지화 한 조각으로 와불처럼 누워있는 산 아래 우리의 삶이 둘러쳐져 있고, 그런 우리를 평화롭고 여유있는 자세로 지켜보는 자연을 표현했습니다. 산과 자연의 형태 위에 인체의 율동적 움직임에서 포착되는 선과 곡선을 접목시켰고, 한국적인 정서가 풍요하게 담기도록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조선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강사, 전남교육청 순회강사, 영광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및 디자인연구소 두드림을 운영하고 있는 이은희 조각가는 최종 꿈의 키워드로 '영광', '문화관광지'를 꼽았다.

"현대는 문화관광이 떠오르는 시대입니다. 영광은 영산성지, 불교도래지, 천주교 성지 등 문화적인 요소로써는 최고의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사화 축제를 통해 '이은희'라는 작가가 영광에 있다는 것을 알렸고, 영광초등학교에서 17년 동안 방과 후 수업을 하며 어린이들에게 조각의 매력도 알렸습니다. 제2의 고향인 영광에 있는 백수 해안도로를 따라 조각 작품을 전시하는 꿈도 꾸고, 더 나아가 영광에 갤러리를 여는 꿈도 가지고 있습니다."

가족, 친구, 교당 재가출가 교도들이 함께 손을 잡고 놀러올 수 있는 곳, 작품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갈 수 있는 조각 갤러리를 염원하는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2017년 11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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