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한 저 하늘이
한 점 티끌 없이 있고
성성한 이 마음이
일체 망념 끊였으니
아마도 저 하늘 이 마음이
한 지경인가 하노라.


낭산 이중화(1908-1989) 정사
출처 〈원광〉 3호 수록(1949.12)


'순수를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때가 있다. 바로 이 시가 그렇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볼 때면 '누가 저리도 깨끗이 청소를 해 놓았나' 생각하곤 했다. 일렁이는 잔물결 하나 없이 고요한 호수를 볼 때면 '잘 수양한 큰 스승님의 넓은 마음'을 만나는 듯했다. 깊고 넓은 호수라야 잔바람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대산종사는 낭산 정사에 대해 "없는 듯 있으시어 그대로가 정진이요 적공이었으며, 순일무사한 동안의 수도는 만인의 사기를 녹였고 부드러운 듯 강하고 가늠 없는 듯 밝아서 중심의 대의가 분명하여 사불범정의 사표를 보이었고 화해서 따뜻함은 적이 없었다"고 열반 당시 법문을 해 주셨다.

이 시에서는 사모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티끌을 여윈 하늘과 망념이 사라진 마음이다. 그 경지는 하나이기에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 비춰주고 있다. 우리 일상에서도 서로 바라보고 비춰주는 그런 거울같은 도반이 필요하다.

/둔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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