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용어

비가 쏟아지는 어느 날 한 남자의 집에 아름다운 여인이 찾아왔다. 여인은 비를 피하기 위해 잠시 집에 머물러도 되는지 묻자, 그 남자는 흔쾌히 수락했다. 또 한 여인이 찾아왔다. 추한 생김새와 악취를 풍기는 여인이었다. 이 여인 역시 집에 머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남자는 거절했다. 두 번째 여인이 떠나자, 집 안에 머물렀던 아름다운 여인도 떠나버렸다.

이 이야기는 행운과 불행은 언제나 함께 다닌다는 교훈을 비유한 불교예화다. 그런데 '음양상승의 양면성'을 이처럼 잘 드러낸 예화도 없다.

양면성이란 한 가지 사물에 속해 있는 서로 맞서는 두 가지 성질을 말한다. 음과 양은 서로 대립되는 두 기운이지만 언제나 함께 있다. 〈음부경〉에서 '생은 사의 근본이요, 사는 생의 근본이다'고 밝힌 것처럼, 양면성은 서로의 바탕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존하지만 서로 맞서고, 대립되지만 서로 바탕이 되므로 상수(相隨) 작용이 가능한 이유다. 모순같은 양면성 원리는 천지, 일월, 주야, 하동, 성쇠, 동정, 좌우, 호흡 등 세상의 다양한 이치를 빚어냈다.

그런데 또 중요한 '양면성'이 있다. 바로 마음이다. 정산종사는 "선은 악이 있으므로 드러나고, 악은 선이 있으므로 개선 발전하는 것이다"고 했다. 선악, 범성(凡聖), 정사(正邪), 염정(染淨), 시비, 이해, 고락 등 모두가 서로 반대이면서도 근본되는 양면성이다. 강자약자 진화상 요법도 이를 근거한다. 새옹지마와 전화위복 또한 양면성 원리로 풀어내면 이해되는 대목들이다.

소태산은 "네 마음이 죄복과 고락을 초월한 자리에 그쳐 있으면 그 자리가 곧 극락이요, 죄복과 고락에 사로잡혀 있으면 그 자리가 곧 지옥이다"고 했다. 행운과 불행은 언제나 함께 다닌다는 이야기처럼 '양면성 원리'를 안다면 덧없는 행운만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