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사랑하는 필자에게 지인들은 가끔 '겨울에는 좀 쓸쓸하겠네'라고 하곤 합니다. 기실 아파트 단지 정원이나 가까운 공원, 야산의 나무들이 모두 잎을 떨구어서 관찰할 나무가 거의 없어져 버리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곧잘 '제게는 아직 상록수가 있지요'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실제로 저는 언제든지 부산, 여수 등 남쪽으로 가는 기회만 있으면 그곳에서 상록수를 관찰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상록수를 다루고자 합니다. 나무를 지금만큼 알기 전에 저도 가졌던 생각에 비추어 우리가 상록수와 관련해서 흔히 가지는 오해들을 풀어 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상록수는 당연히 겨울에도 푸른 잎을 간직하는 나무라고 정의하고 출발합니다.

첫 번째는 상록수하면 침엽수를 떠올리는 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랬고요. 아마도 상록수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소나무 때문이겠지요. 실제로 대부분의 침엽수는 상록수입니다. 그렇지만 침엽수 중에도 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낙엽송이라고 불리는 이깔나무가 대표이고,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만나는 메타세콰이어, 낙우송 등이 겨울에 잎을 모두 떨구어 버리는 나무들이지요.

두 번째는 그 반대로 활엽수 즉, 잎이 넓은 나무들 중에 상록수가 많다는 점을 모르는 분들이 있은 것 같습니다. 필자가 사철나무, 동백나무 등의 예를 들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곤 하지요. 이 나무들은 종종 수도권에도 심어져 있어서 비교적 쉽게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남쪽에 가면 이런 잎이 넓은 활엽 상록수들을 참으로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먼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이 가로수로 심어져 있고, 그 아래에 심는 관목으로는 홍가시나무, 돈나무 등이 대표적입니다. 남쪽의 숲속에는 참나무 6형제의 친척뻘이라서 도토리를 달고 있는 종가시나무를 비롯한 가시나무 종류들도 만날 수 있지요.

2016년 9월말 일본 고이시카와 국립식물원에서 찍은 금목서 꽃. 아름다운 향기로 유명하다.

세 번째는 상록수는 꽃을 피우지 않는 나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소나무가 염두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기실 소나무도 송화라고 불리는 꽃들을 피우지만, 대부분의 침엽수의 꽃들은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화려하게 피는 꽃들의 모습과는 매우 달라서 꽃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 정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런 오해조차도 동백나무가 눈 속에서도 빨간 꽃을 화려하게 피워서 불식해 주어서 다행입니다.

네 번째는 상록수에게는 예쁜 꽃은 몰라도 향기로운 꽃은 없을 것 같이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오해를 깨는 나무의 대표들이 금목서, 은목서입니다. 이 나무들은 남쪽 도시의 공공기관 정원을 장식하는 단골 정원수들인데, 수형도 매우 아름답지만 향기가 더 매력적입니다. 인터넷이나 SNS에 이 나무들의 향기에 반해서 이름을 묻는 글들이 종종 올라오곤 합니다. 가을에 일본에 가면 종종 길가 공원에서 이 나무들의 향기에 취할 수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남쪽의 절에 가서 이 나무들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록수의 열매는 모두 솔방울 모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소나무는 물론이고 전나무, 가문비나무, 측백나무, 편백나무 등의 상록수 대표선수들이 모두 솔방울 모양의 열매를 달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요즘 한창 빨간 작은 열매를 달고 있는 주목이 그 오해를 풀어주어 다행입니다. 남쪽 도시의 공원이나 거리에 가면 먼나무, 아왜나무 등에 주렁주렁 달린 빨간 예쁜 열매들도 보실 수 있고, 북쪽에도 심어지고 있는 수입산 피라칸타도 작지만 빨간 열매를 나무 전체를 뒤덮을 듯이 달고 있습니다.

/화정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