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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 칼럼/ 사람이 가장 큰 보배
교무 칼럼/ 사람이 가장 큰 보배
  • 박진도 교무
  • 승인 2017.11.10
  • 호수 18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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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도 교무/대구경북교구사무국
인재양성은 스스로 이루도록 공들이는 것
그 적공의 중심은 나로부터 시작해야


익산성지 대각전에는 새벽마다 대중들이 모여 선 정진을 한다. 총부 상주선원에서 근무할 때다. 그날도 새벽 좌선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선 정진 분위기가 탁하게 느껴졌다. 그때 이백철 원로교무께서 벌떡 일어나서 "좌선할 때는 정신이 초롱초롱해야지. 다 졸고 있다"고 일갈해 대중이 깜짝 놀라 마음을 챙겼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갑작스럽게 대중을 놀라게 했던 그날의 추억을 잊을 수 없다. 꼭 해야 할 말도 쉽게 하지 못하는 요즘 세태를 보면서, 언제나 앞자리를 든든하게 지켜주며 후진들이 잘못 할 때는 눈치 볼 것도 없이 큰소리로 호통쳐주던 선진님들이 있어 행복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했다.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어떻게 인재를 키워야 하는지, 인재양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교육은 무너졌다', '요즘 아이들은 지도하기 힘들다'며 현실을 부정적 시각으로 평가하는 데는 앞 다퉈 말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단 이런 교육의 현실이 사회적 현상이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전무출신을 서원한 우리의 일임을 부정할 수 없기에 나부터 반성해 본다.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출가한 나에게 고원선 추천교무님은 새벽 좌선만큼은 철저히 지키도록 꾸지람했다. 아침 공사시간에는 경전과 일기공부를 빠짐없이 챙겨주고, 남루한 옷은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교육만큼은 아낌없이 지원해 주었다. 바쁜 일정 중에도 모든 걸 놓고 휴식으로 충전하는 여유를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스승님은 진리와 첫 만남을 축복해 준 생명의 샘터요, 모든 경계와 잘못된 습관까지도 치유 받을 수 있도록 지도해 준 영혼의 쉼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그런 스승이 되도록 노력하는 일에는 게을렀던 것 같다.

'사람이 가장 큰 보배'라는 말씀은 인재양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나는 교육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교육자의 관점보다는 수행자의 관점으로 어떻게 인재양성을 해야 하는지 몇 가지 제안해 본다. 첫째, 불공이란 저 사람이 원하는 것을 이루도록 염원해주고 함께해 주는 것이지, 내가 주고 싶은 것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방치하는 일은 더욱 무서운 일이다.

둘째, 인재는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지 누구의 추천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예비교무 기간이 필요에 따라 존재하는 시간이 아니라 교단의 주인이 되도록 함께 키워주는 시간이 돼야 한다.

셋째, 어리고 부족하다는 생각을 놓지 못하면 역량을 키워 줄 수가 없다. 무거운 짐은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부족해도 맡겨주고 믿어주고 책임져주는 스승 되는 연습을 나부터 실천해야 한다.

넷째, 시대가 갈수록 불합리한 주먹구구식 지도는 따르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을 공부하지 못하면 예전의 합리가 불합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학교 다닐 때 '왕대밭에서 왕대가 난다'는 말과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넘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인재 얻기가 어렵다는 뜻보다는 내가 그런 스승 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뜻으로 이해한다면 인재는 따로 구하지 않아도 모여들 것이다. 왜냐하면 인재양성은 스스로 이루도록 공들이는 것이고, 그 적공의 중심은 나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부족한 것을 다른 곳에서 가져다 채우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나만이 해결할 수 있고, 스승은 원하는 것을 찾도록 도움을 주고 앞서서 실천으로 방향을 잡아줄 뿐이다. 그것이 참다운 인재양성이고 사람이 가장 큰 보배가 되는 길이다.

이런 방향이 너무 현실을 벗어난 이상적인 말이라고 반박한다고 해도 이것은 수행적 관점에서 바라본 인재양성의 길이고, 내가 공부해가는 표준이기에 마다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부족하여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해야 할 일을 다 못하는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덜고, 사람이 가장 큰 보배가 되게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그것도 또한 보은의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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