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현 교무/교학대 서원관

인재양성…소나무 키워 정자 보듯 정성 들여야
조급하지 말고 소중하게 육성하려는 자세로 나가야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무더위가 사시순환의 이치에 따라 처서를 기점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래서 김장을 준비하기 위해 밭을 정리하고 소독도 하면서 판의 어린 배추를 밭으로 조심스럽게 옮겨 심었다. 다음 날, 배추에 농약작업을 하는 관리감님을 보고, 어제 옮겨 심었는데 무슨 일로 또 작업을 할까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관리감님은 "보이지도 않던 해충들이 나와서 먹을 것도 없는 어린배추를 다 뜯어먹어 할 수 없이 약을 한다"고 했다.

문득 한 생각이 떠오른다. 해충으로부터 어린 배추들을 보호하듯 자력이 없는 이 시기에 더 특별한 보호와 관리가 필요한 예비교무의 교육과 닮아있다는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불보살에게는 누구나 다 성공시킬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하나도 놓칠 수 없는 것이다. 소나무를 키워 정자(亭子)를 보듯이 인재를 키우는 것은 더딘 것 같으나 잘 키워 놓으면 결국 십년 이십년 뒤에는 그 인재들이 성장하여 좋은 교단, 좋은 사회, 좋은 국가를 만들어 놓는다. 이것이 조용한 혁명이다."(〈대산종사법문집3〉 제7편 법훈 227)

실력이 부족한 필자가 서원관 지도교무로 부임했을 때, 법신불 사은과 대종사와 스승이 은혜와 위력으로 살펴주실 것이라 믿고, 소중한 인재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더 챙기겠다는 마음으로 대산종사의 법문을 표준삼아 어떻게 하면 예비교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궁구하고 연마했다.

최근 군에서 전역한 예비교무 2명이 서원관으로 인사를 하러 왔다. 필자는 예비교무들의 늠름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제대해서 참으로 고마웠고, 특히 서원을 잘 지켜줘서 대견하고 감사했다.

필자가 1학년의 지도교무시절, 남자신입생들은 원불교학과에 입학해 공부기초를 닦아가는 중요한 시기인데, 군입대로 인해 방황하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맞이한다. 이에 논산훈련소에 불안한 마음으로 입소한 예비교무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을까해 시간이 될 때마다 직접 찾아가서 격려하고 응원했다.

또한 이 경계를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법신불 사은에게 기도했고, 그들이 진리와 스승과 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챙겼다. 그 와중에 힘든 과정을 마치고 서원관에 돌아온 예비교무들이 바쁘고 힘든 일과 속에서도 조금씩 마음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점점 공부인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본다.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법문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며, 조금 더 정성을 드리고 분발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제나라 명재상 관중이 "1년 계획은 곡식 심는 일만한 것이 없고 10년 계획은 나무 심는 일만한 것이 없고 평생 계획은 사람 심는 일만한 것이 없다.(一秊之計莫如樹穀 十秊之計莫如樹木 終身之計莫如樹人) 하나를 심어 하나를 얻는 것은 곡식이요, 하나를 심어 열을 얻는 것은 나무이며, 하나를 심어 백을 얻는 것은 사람이다(一樹一獲者穀也 一樹十獲者木也 一樹百獲者人也)"고 했다. 백년대계의 안목을 가지고 지금 당장은 지원자가 줄고 있어도 조급하지 말고, 인재를 소중하게 여기고 정성스럽게 육성하고 성장을 시켜놓으면, 좋은 교단·좋은 사회·좋은 국가를 만들어 그 출가자들을 보고 출가들이 다시 늘어갈 것이라고 믿는다.

교단 백년 역사의 주인공도 인재였고 다가올 백년 역사의 주인공도 인재라고 생각한다. 항상 예비교무 교육에 관심과 후원하는 출·재가교도들에게 감사하며 예비교무 교육에 더욱 정성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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