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민수 교도/원불교봉공회
문재인 정부의 공약, 지원주택 제도화 예정
원불교, 탈시설화 시대에 맞춰 앞장서야

원불교봉공회 사무실은 서울역에 있다. 봉공회에서 7년째 하고 있는 서울역 노숙인 무료급식 때문이다. 노숙인 무료급식소인 '따스한채움터'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봉공회에서 운영하는 고시원인 '은혜원룸'이 나온다. 나는 지난달부터 은혜원룸에서 일용직노동자, 기초생활수급자, 임시주거 지원을 받은 노숙인 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분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분들에게 좀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지원주택' 행복하우스 3주년 운영결과 발표회를 준비하며 입주민(독립하신 분들 포함) 30명을 인터뷰하고 나서였다. 행복하우스는 4대 종단과 보건복지부가 함께하는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이하 종민협)에서 지원하여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작한 탈노숙 지원주택인데, 현재 원불교봉공회에서 종민협의 사무국을 맡고 있는 까닭에 나는 실무자로서 그곳에서 3년간 생활했던 입주민 분들의 경험을 인터뷰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지원주택 행복하우스는 일반 빌라 2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 총 26명의 입주민 분들이 생활하고 있다. 한때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거리, 시설, 병원을 떠돌며 길게는 수십 년 간 생활해온 분들이다. 각각의 집은 5~6평의 원룸형으로 화장실과 주방이 완비됐고, 어려움이 있거나 자신이 원할 때면 언제든지 5층에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올라와 다른 입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거리, 시설, 병원을 떠돌며 길게는 수십 년 간 생활하던 분들에게 '자신의 집'에서 살아가는 경험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 했다. 일단 '집다운 집'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시설이나 병원에서 사생활없이 통제받으며 '치료'를 받을 때보다 오히려 우울증이나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 증상들이 훨씬 줄어들었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다른 입주민들이나 사회복지사들과의 자연스러운 관계가 생겨났다. 자신감이 생기자 한동안 관계가 끊어졌던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서 '자신의 집'에 초대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자연스럽게 든 생각은 앞으로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리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신체·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치료'와 '보호'를 위해 일반사회와 분리된 시설이나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복지, 의료 서비스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단순한 '복지'가 아닌 '인권'이 존중되는 세상이 오기 때문에 시설이나 병원은 점차 줄어들고 일반 지역사회에서 관계를 맺으며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원주택 같은 형태로 대체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탈시설화가 진행되어 현재까지 시설이나 병원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 발달장애인의 수가 약 90%가 줄어들어든 반면, 지역사회에는 15만 개의 지원주택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재작년부터 서울시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도 중증장애인의 탈시설화와 독거어르신 지원주택 등을 공약했기 때문에, 지원주택은 앞으로 입법과정을 밟으며 제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에 얼마나 민감하게 깨어있는가, 얼마나 시대에 발맞추어 준비하고 있는가 하는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불교에서는 이 패러다임의 전환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내게 든 생각은 '우선 봉공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은혜원룸부터 일종의 지원주택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될 수는 없을까?'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하루하루 잠잘 곳과 식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 안에서 관계를 만들어 가고, 살수록 삶이 향상되어 갈 수 있을까? 직접 들어와서 지내보니, 고시원은 지원주택과 달리 좁은 주방 외에는 다른 주민들과 함께 만나며 교류할 수 있는 공용공간이 없어 각자의 방 안에 틀어박혀 지내게 된다. 그래도 그 안에서 자발적으로 고시원을 청소하는 분, 요리를 해서 먹을 것을 나눠주시는 분, 거동이 불편한 분을 아침, 저녁으로 들여다보며 돌봐주시는 분들의 모습을 본다. 나는 그 안에서 '공동체'를 보고, '봉공'을 보고, '지원주택'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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