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 교무

[원불교신문=박성은 교무]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公共)' 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 공(公)은 '사사로운 일(厶)'과 '서로 등지고 있다(八)'의 뜻의 합성으로 '사(私)가 없이 공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共)은 열십(十)자 두 개가 합쳐진 글모양으로 '함께하다'라는 뜻이다.

공(公)은 통합된 전체를 강조하고 있다면, 공(共)은 구성원 각각의 개별성이 강조되는 '함께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개별성을 인정하는 함께함이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시민의 주체성 회복, 공동체의 복리, 의사소통의 공개성이라고 한다.

공공복리란 단지 사적이익에 반하여 다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주장과 합의, 실천에 있어서 과정의 합리성과 공개성 등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소태산이 출발한 도덕회상은 공공성을 어떻게 실현해 갔을까? 영광은 농사를 지을 농토가 부족해 가난을 면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바다를 막아 농토를 마련해줄 큰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방언공사 도중에 큰 사건이 생긴다. 이 사건은 21세기 시민사회에서 강조되고 있는 공공성의 실천과 방향성에 힌트를 주고 있다.

방언공사가 시작되고 이웃 마을의 부호 김씨는 법을 이용해 소유권을 주장하려고 했다. 간석지 개척원을 본인이 먼저 제출해 소유권을 주장하는 일이 생기게 된 것이다. 소태산 공동체의 제자들은 법적 절차를 따지지 않고 무산자를 위한 노력이 김씨로 인해 위기에 처하자 분노했다. 개인의 욕심에 대한 분노와 도덕사업을 위협하는 것에 대한 원망을 갖게 되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소태산은 과연 제자들의 원성과 부호의 태도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살펴보자. 시민사회의 첫 번째 덕목은 주체성 회복이다. 소태산은 제자들의 마음을 살피며, 공부심을 회복시키고 있다. 소태산은 "분쟁을 통해 하늘이 정성을 시험하고 있다"고 알리며, 방언공사 중에 생긴 분쟁으로 인해 도심이 상하지 않도록 알뜰히 살핀다.

두 번째는 세상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쪽으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원리로 풀어주는 공동체의 복리이다. 소태산은 김씨의 행동을 미워하고 원망하지 않고 공중을 위하는 본래의 뜻만 세우도록 이끈다. 혹시 소태산 공동체가 간석지의 소유권을 잃고, 처음 계획처럼 널리 사용되지는 못한다고 해도, 김씨도 또한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는 시민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공동체의 수고로 인해 빈궁한 해변 주민들은 결과적으로 상당한 논이 생기게 될 것이니, 오직 공중을 위하려는 본래의 뜻을 살필 것을 강조하며 사필귀정의 원리를 체험하도록 한다.

세 번째는 소통의 방식이다. 과거 시민사회의 참여 주체는 시대적, 공간적 배경에 따라 달랐다. 참정권이 남성에게만 주어지거나, 특정 계급에만 주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소태산 공동체는 문답의 문화를 중요시 했다. 남녀노소, 학식의 유무에 상관없이 공동체를 살리는 다양한 의견을 수시로 제출했고, 의견은 적극 운영에 반영되었다.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의 방식은 공동체의 균형과 복리를 찾아가게 하는 우리시대의 거울이 될 만한 소태산의 공공성 실현의 모습이다.

/와룡산수련원

[2017년11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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