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신은경 교무] 어느덧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겨울로 들어서고 있다. 일년 중 가장 추운 날은 언제일까? 달력을 보니 '대한'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24절기 중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가장 큰 추위라는 뜻이며 양력 1월20일 무렵을 가리킨다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그러하나, 실상 한파는 따로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날이라 하면 바로 이 무렵, 수능시험 날이 아닐까 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6일에 있었다. 많은 수험생들과 가족들은 아마 이 기간이 가장 춥고 떨리지 않을까. 이 시기에 전국의 각 교당에서는 수능 날을 기점으로 기도 열풍이 불었다. 매년 느끼지만 그 어떤 기도보다도 느낌이 참 남다르다. 허리가 더 바짝 펴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수능을 겪은 지 10여 년이 훌쩍 지난 나지만, 수능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왠지 또 긴장이 되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우리는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시험의 연속선상에서 살아가는 듯하다. 살아오면서 내가 치른 숱한 시험들을 손꼽아도 다 셀 수 없을 만큼 참 많으니 말이다.

어릴 적, 어른이 되면 시험을 보지 않아 좋을 거라는 생각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학교를 다니지 않으니 시험을 안 볼 거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학교를 다 졸업하고 어른이 되었지만 시험은 끊이지 않았다. 출가를 하고서도 마찬가지였다. 고시를 다 보고 교무가 되면 시험을 보지 않으니 편할 거라 생각했다. 교무가 되었지만, 시험은 끝이 없는 듯 느껴진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저 학교에서도 학기 말이나 학년 말에는 시험이 있는 것과 같이 수도인에게도 법위가 높아질 때에나 불지(佛地)에 오를 때에는 순경 역경을 통하여 여러 가지로 시험이 있나니, 중략... 내가 지금 그대들을 살펴볼 때에 그대들 중에도 시험에 걸려서 고전(苦戰)을 하고 있는 사람과 패전하여 영생 일을 그르쳐 가는 사람과 또는 좋은 성적으로 시험을 마쳐서 그 앞길이 양양한 사람도 있나니, 각자의 정도를 살피어 그 시험에 실패가 없기를 바라노라."(〈대종경〉수행품 48장)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처럼 시험은 학교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필기, 실기 시험이 전부가 아니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경계 속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한 단계 한 단계 시험을 통해 실력을 쌓아서 중학교로 진급하고 고등학교로 진급하여 대학이라는 학문에 들어가는 자격을 얻어야 한다.

우리도 부처(여래위)가 되기 위해서는 보통급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서 진급을 거듭해야 한다. 어떠한 경계 속에서도 마음의 흔들림이 없이 옳은 판단을 하고 굳건히 실행할 수 있는 힘은 그동안 내가 쌓아온 공부 실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나 역시 경계의 시험 속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대종사의 법을 바르게 익혀 나가야함을 잊지 않아야겠다. 수능을 치루느라 고군분투 한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에게 파이팅 넘치는 힘을 보내며 한파도 한방에 녹여 줄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광주교당

[2017년 11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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