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은 계획 품에 품고 이른 아침 행장 차려
희망봉 바라면서 멀고 먼 길 떠났었네.
산은 어이 높고 높아 물은 어이 길고 길어
가는 길이 끝이 없어 둔전둔전 지체했네

-중략-

목적지에 못 다 가고 중도에서 저 해 지면
정한 계획 다 틀려서 이 실패를 어이 하리
이제부터 바쁜 마음 걷잡을 수 정히 없어
일분일간 여삼추라 여구두연 하리로다
피로권태 다 이기고 바쁜 걸음 재촉하여
목적지 절정봉에 뛰어올라 좌정하리.

응산 이완철(1897-1965) 종사
출처 〈회보〉 17호(1935년) 수록.

계획을 실행하는 첫 마음은 설렘이다. 목적한바 실행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걸 알기에 초심은 경건함이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라고, 경계따라 마음이 느슨해지고 그 계획 역시 조금씩 틀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둔전둔전 지체하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성불제중의 목적지에 도달하고자 희망봉을 바라보며 먼 길을 떠났던 수많은 수행자들. 가던 길에 해가 지는 상황이란 올곧이 그 일을 해 내지 못한 것이다. 어린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키면 알 수 있다. 가는 길목마다 펼쳐지는 가지가지 호기심에 한 눈 팔기 마련이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해야할 시기가 다가온다. 새해 첫 마음과 계획은 어찌되었는가, 다이어리를 펼쳐본다. 피로권태에 발목 잡혀 추진해 내지 못한 계획도 있고, 바쁜 걸음 재촉하여 이미 절정봉에 다다른 계획도 있다. 앞으로 남은 한 달여, 일심으로 희망봉 절정봉을 향해가 보자.

/둔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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