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100년 2월에 모스크바교당에 첫 근무지로 부임하게 됐다.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 하루 일과는 변함이 없다. '일과로 득력하자'는 법문을 받들어 '찰나찰나가 쌓여 하루가 되고 하루하루가 쌓여 영생이 된다'는 심경으로, 아침은 수양정진 시간으로 6시 아침심고와 법신불 일원상에 대한 4배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일상수행의 요법을 마음에 새기면서 암송하고, 〈좌선의 방법 해설〉을 먼저 봉독한 후 좌선을 시작한다. 한 시간 동안의 좌선과 의두연마를 한 후에 좌선을 어떻게 했는지 돌아가면서 각자 발표한다. 이를 통해 좌선을 제대로 했는지 또는 앉아서 허송시간만 보냈는지를 스스로 반조해보고 한걸음씩 적적성성한 우리의 본래 면목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정전〉 수행편의 좌선법에 명시한 '좌선의 방법' 조항을 그대로 새기면서 하고 있다. 모스크바교당에 오기 전에는 좌선의 방법에 대해서 별로 의식하지 않고, 그냥 편한 자세로 눈을 감고 단전주를 하다 보니 수마에 쉽게 끌리고 사념 망상에 사로잡혀 온전하게 좌선을 하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전도연 교무의 지도에 따라 수행하니 이젠 어느 정도 좌선을 할 수 있다는 체가 잡히게 됐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조깅하러 나선 사람이 밖에서 뛰지는 않고 우두커니 서 있다가 집에 다시 들어오면 모르는 사람은 조깅을 열심히 하는 줄 알고 칭찬도 하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조깅의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 같이 좌선도 우리 교법대로 꾸준히 해야 실질적인 좌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었다.

오전에는 모두 함께 모여 9시10분부터 매일 1시간 교법을 공부한다. 다만, 공부를 안 하는 날이 일 년에 한 번 있다. 매년 6월12일에 개최하는 '한·러 친선 한국문화 큰잔치' 행사 때인데 그 날은 불가피하게 새벽에 행사장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전〉과 〈교법원리도〉를 공부해 왔으나 지금은 좌산 상사님의 〈교법현실구현〉을 공부하고 있다. 법문 말씀을 10분 이상 오롯한 마음으로 받든 후에는, 잠시 연마를 하고 자율적으로 돌아가면서 현실 생활에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발표한다. 교법을 현실 생활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하고 단련해야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이 되고, 공부와 생활이 둘이 아닌 이사병행의 참다운 수행자가 될 수 있다.

공부시간이 끝나면 교당 관련 업무와 세종학당 운영에 관한 업무 등 추진해야 할 현안에 대해 함께 공사를 진행한다. 모스크바 세종학당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많은 학생들에게 금·토·일요일반 세 개 반을 편성해 수업을 진행한다. 반별로 학생 수의 차이는 있지만, 일주일에 우리 세종학당을 찾는 학생은 천명이 넘는다. 특히 일요일은 오전 11시부터 한국어 수업을 시작하여 오후 1시40분에 끝난다. 2시부터 1시간 동안은 한국무용반, 한국노래반, 사물놀이반, 태권도반 등 4개 반에서 한국문화 수업을 열고, 3시 20분부터 1시간 요가수업 후, 4시 30분에 일요법회를 진행한다.

법회 사회는 러시아 교도가 교대로 진행하며, 설교 전 공부담 발표시간으로 서로 소통하는 법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법회 후 마음공부반은 6시 반에 전도연 교무 지도아래 러시아 사람들이 주로 참여해 설교내용의 감상, 한 주간 본인 유무념 실천한 것을 회화한다.

저녁 참회반성은 9시반에 함께 모여 심고와 일기를 쓰고, 염불 독송과 좌선, 교전을 봉독하고 마치면 은혜롭고 보람찬 하루 일과가 밤 10시에 마무리 된다. 밖에서 들어오는 역경 순경의 경계와 안으로부터 나오는 탐심 진심 치심, 희로애락의 감정들, 온갖 사심 잡념을 떨치고 또 버려서 우리 본성을 늘 찾아가고 청정하게 정화하여 용광로에서 정금미옥을 만들어 내듯이 오늘도 깊고 넓고 높은 심법을 가꾸고 삼대력을 단련하여 모두에게 감사하고 은혜를 나투도록 노력하고 있다.

/모스크바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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