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끝자락에 와 있다. 기온 차가 심해지면서 밖의 활동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한 해를 결산하는 시기에 맞춰 교당이나 교구에서 각종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 중 12일에 열린 대전충남교구 탁구대회가 눈길을 끈다. 교구 여성회가 3년째 주관한 교구장배 탁구대회에 70대 이상 교도들도 참가해 노익장을 자랑하며 거침없는 스매싱으로, 4강전까지 올랐다. 이번 대회 최고령 선수는 홍성교당의 교도들이다.

남자복식과 여자복식, 혼합복식에 참가한 어르신 교도들의 활약은 멀리서 응원하는 교도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탁구에 대한 열정과 게임를 대하는 태도에서 감동을 받은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교도들이 신행생활로 만난 것이 아니라 스포츠 활동으로 모였다는 것이다. 교구나 교당 간 스포츠 활동이 요즘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탁구대회는 대전충남을 비롯해 중앙, 경남, 대구, 서울, 전북, 부산울산 등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최근에는 광주전남교구에는 배드민턴 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 밖에도 볼링이나 등산, 바둑 등 정신의 건강을 넘어선 육체활동으로 친목과 공부를 하고 있다. 성주성지 사드배치로 위축됐던 분위기를 쇄신하며 교도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생활체육 활성화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열띤 의지 속에 진행된다. 예산확보는 물론 생활체육활동지도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일상 스포츠를 지원하고 있다. 88 서울올림픽 이후 엘리트 체육을 벗고, 모든 국민들이 실력을 갖춰 즐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선 것이다. 체계적인 지원책은 현재 생활체육이 프로 못지 않는 실력을 겸비하며 지자체 마다 종목별 협회를 두게 했다. 매달 대회가 개최되고, 자신의 실력에 맞는 부수에서 경기를 통해 진급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교당은 법회를 기본으로 기도, 천도재, 선방, 교화단 등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교도들은 오랫동안 신앙공동체를 이루며 친목은 물론 도반의 법정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자연스런 유대는 곧잘 친목모임으로도 발전하는데, 스포츠 동아리 활동은 교화에 긍정적이다. '체력은 법력이다'는 말처럼 건강해야, 교화에 대한 의욕도 열정도 나오는 법이다. 작은 활동이지만 이런 디테일의 힘이 교화에 영향을 준다.

현장에 있던 기자는 팽팽한 승부 속에서도 웃음이 떠나지 않는 교도들의 모습에서 행복을 봤다. 탁구대 하나만 있어도 교화가 저절로 됐던 시절을 우리는 기억한다. 교단의 미래교화가 화두인 이때, 거시적인 안목도 중요하지만 교도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교당의 역할도 중요하다. 역동적인 교당이 되기 위해서는 교도들과 함께하는 스포츠 하나쯤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공동체가 더불어 운동할 때, 교화력도 배가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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