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람·생명이 어우러지는 공간'

폐교된 학교 매입, 7년 공들여 자연 속 공간으로
책 읽는 일은 ‘사람’에 대한 진정한 가치 깨닫는 일
그가 가꾸는 꽃밭은 ‘더불어 함께 사는 좋은 세상’

공주시 영정리 옛 영정초등학교 자리. 공주 북캠프(gongjubookcamp.co.kr)는 폐교를 개조해 만든, 분명 캠핑장이다. 그러나 '책읽는 사람이 함께하는' 북캠프. 도서관과 캠핑장이 하나된 공간을 구상한 이는 최창규(안산교당·법명 대웅)대표다.

"처음에는 체험 학습장을 만들어 학생들의 체험 활동프로그램을 통한 교육 사업을 구상했어요. 그러던 중 지금의 신풍초 영정분교를 공매로 구입하고, 조경 관리 등 오랜 준비기간을 가졌죠." 2002년 폐교한 영정초등학교를 매입한 그는 무엇보다 '숲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들였다. 나무를 심고 잔디를 가꾸며, 자연 속 공간을 살려내는 일은 무려 7년이 걸렸다.

그렇게 공간을 살려낸 그는, 그 공간 안에서 무엇을 지향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답은 명쾌했다. '책과 사람과 생명이 어울리는 공간'을 만드는 일. 그는 '사람'에 대한 마음 속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속도에 밀려 사색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평가와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죠. 내 마음을 바라볼 여유도 없이,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지 조차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사람을 경제적 관점에서 평가하고 수단으로 바라보는 물질만능시대, '사람'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일, 나아가 인간의 공통체적인 삶을 통해 선한 관계로 회복 하는 일,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념 중 하나다. 그는 이를 북캠프에서 실천하고 있다. 그가 '책 읽는' 사람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공간은 북캠프의 메인공간이라 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 한 줄 한 줄 정독하며 읽고 싶은 책, 가볍게 넘겨보며 마음을 달래고 싶은 책, 한번쯤 읽어보고 싶었지만 쉽게 구할 수 없었던 책들이 한쪽 벽에 꽂혀 있다. 그리고 한쪽 벽은,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의 글을 옮겨온 캘리그라피.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만들어내는 것이지, 어떤 조건이 만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죠. 이게 책입니다. 평소에 못 봤던 것들을 보게 해주는 존재.' 그는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전하고 있었다.

'사람과 생명이 어울리는 공간'안에 그가 들여놓은 것은 '책'. 정확히는 '책 읽는' 행위에 그는 방점을 찍는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삶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고 할까요. 인간의 존재를 실존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우리는 '생명'이라는 존엄한 가치를 인식하게 됩니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하고, 이웃과 사회 속에서 건강하고 선한 공동체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일. 공주 북캠프에서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진행하는 철학 강의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철학하는 인간의 힘>의 저자인 이요철씨가 북캠프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불안과 권태로부터의 해방, 삶의 기쁨과 희망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주제로 키에르케고르 사상을 만났다. 니체,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루소, 하이데거, 맹자, 노자, 공자 등 동·서양 대표 철학자들을 만나는 이 강좌는 2019년 1월까지 리스트가 작성돼 있다.

공주시에 4번째 작은 도서관으로 등록돼 있는 공주 북캠프에서 지난 해 진행했던 '공주시립도서관과 함께 하는 별밤 독서교실'도 호응이 좋아 올해도 진행될 예정이다. 인근 유치원생의 숲속독서실, 도깨비놀이, 연극교실 등 1년 예약 1200여 명이 참여했고, 재능기부에 의한 풍물놀이, 음악공연, 시낭송의 밤, 시화전 등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최대한 학교 원형을 보존해 만든 공주 북캠프는 캠프장 시설 또한 손색이 없다. 교실을 개조해 만든 세미나실과 천연잔디로 만든 넓은 운동장, 수영장, 족구장까지 겸비해 기업이나 단체 워크숍 장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또 글램핑 시설은 테라스와 바비큐까지 갖추고 있어, 그야말로 자연 속에서 책과 함께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이 모든 것의 귀결은 책을 읽고 사색하며 잃어버린 마음을 찾을 수 있도록 '책·사람·생명이 어우러지는 최상의 인문학 공간'으로의 자리매김이다.

"화단의 꽃을 가꾸는 마음으로 북캠프를 운영합니다. 꽃 한 송이를 잘 심고 가꾸면, 열매를 맺고, 씨앗이 발아해 꽃밭이 되겠죠. 정성들여 가꾼 꽃밭에서 누군가가 모종을 옮겨 심는다면 또 다른 꽃밭이 생기고, 그러면 세상이 꽃밭이 되지 않을까요?"

그가 가꾸는 꽃밭은 '더불어 함께 사는 좋은 세상'이다. 그런 그가 품고 있는 '내 마음의 법문'이 있다. "우주의 진리는 원래 생멸이 없이 길이 돌고 도는지라, 가는 것이 곧 오는 것이 되고 오는 것이 곧 가는 것이 되며, 주는 사람이 곧 받는 사람이 되고 받는 사람이 곧 주는 사람이 되나니, 이것이 만고에 변함없는 상도(常道)니라.'〈인과품〉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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