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희종 교수는 포스트 휴먼시대에는 수많은 다양성을 수용하는 종교 리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원불교신문=나세윤] 바른불교재가모임 공동대표로 재가불교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우희종(59) 서울대학교 교수. 그는 "원불교가 100년을 맞았지만 대변혁기에 와 있는 것 같다"며 "익산이라는 따뜻한 보금자리를 벗어나 거친 세상과 함께 호흡하는 곳으로 나와 교법을 확장시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원불교만큼 현실 속에서 종교적 역할을 잘하는 곳을 못 봤다'고 치켜세운 그는 "일상생활 속의 진리 실천이 진정한 종교인이다"고 거듭 강조하며 사회의 다양성(사람, 동물, 인공지능 로봇, 인조물까지)을 수용하는 종교가 되길 염원했다. 이공현 은덕문화원장이 함께한 인터뷰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장실에서 진행됐다.

- 재가불교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으로 아는데.

"초기 대승불교는 삶의 현장에서 중생과 함께하는 운동이었다. 재가불교 운동을 전개하면서 결과보다는 과정이기에 좌절은 있을지라도 절망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서의 실천이자, 과정 자체가 결과라는 마음가짐이다. 모든 조직의 동력은 내부에서 나와야 하는데, 우리 재가불자들이 밖에서 떠든다고 조계종단이 당장 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재가불자들과 뜻을 같이하는 내부 스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정 비구모임도 생기고, 우리가 처음 마음을 냈을 때보다 재가들의 공감은 물론 스님들도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직선제 개혁 등 재가불교 활동에 시민단체들이 함께하며 연대활동을 펼쳤다. 그런데 종단은 외부세력의 개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건전한 시민활동을 외부세력이라고 말하는 자체가 닫혀있는 종단의 모습이다. 조계종단은 그 누구와도 함께하는 단체라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중생과 함께했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할 때, 종단이 외부라는 표현 자체를 사용해서는 안되며 포용적인 리더십이 요청된다. 어떤 단체든 '건강함'이란 '열려있음'을 의미한다. 열려있음은 자신을 잃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명확히 하는 것이고, 생명체로서 공유하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의 개입을 방어하면 끝날 것 같지만 이것은 세상과 닫힘을 자초하는 일이 된다."

- 우리사회가 원하는 종교지도자는 어떤 사람인가.

"진정한 종교지도자라면 선공후사는 기본이고,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아우를 줄 알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열려 있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 결과 지향적인 리더보다는 과정 지향적인 리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종교는 사회의 시대적 가치와 상호작용을 하며 성장하는데, 종교의 입장에서 시대적 가치와 종교적 가치가 만날 때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어느 지점이 중생과 함께하는 것인지를 짚어서, 종교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면서 시대적 가치를 공유했으면 좋겠다. 종교는 기본적으로 도그마 체제이기에 민주주의가 다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교정원의 서울이전을 어떻게 생각하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중생과 함께하는 장소로 행정부가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이전은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다. 시대와 호흡할 때 종교도 사회로 확산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원불교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중생의 눈높이를 맞춰줘야 한다. 물가, 생활비, 인건비 등을 걱정하는 자체가 넌센스다. 내가 볼 때, 원불교는 변혁의 한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된다. 익산에 구축해 놓은 모든 시스템들을 확장시켜, 당당히 중생들과 부딪치면서 서울에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더도 서울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제1 과제를 교정원 서울이전으로 삼고, 나머지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준비하면 될 것이다. 안정적인 곳에서는 변혁을 꿈꿀 수 없고, 위기에서 변화가 온다."

- 사회과학대학에서 여성학도 강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여성교무들의 활동이 어느 종교보다 활발하고, 뛰어나다는 것을 경험했다. 여성학에 관심을 지닌 입장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낸다면, 이제 최고 지도자로 여성교무를 뽑아도 되지 않을까. 물론 다른 종교는 엄두도 내지 못하겠지만, 원불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근대는 남성위주의 사회이다 보니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었다. 현 사회의 위기도 근대의 남성성에 뿌리를 두면서다. 탈근대, 포스트 휴먼시대에는 여성성이 확장돼야 하고, 다양성과 포용성이 시대를 이끌어야 한다. 개벽의 종교, 원불교는 왜 기성종교의 길을 답습하는가. 신종교로서 과거 카스트제도, 노예제, 여성참정권 등 역사적 흔적을 담고서 힘들어 하는 기성종교의 모습을 떨쳐내고, 과감히 근대성을 뛰어넘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 구제역, AI 등으로 인해 동물들이 살처분되고 매립되고 있다. 이런 행위를 계속해야 하나.

"참 안타까운 일이다. 대량 살처분은 자본주의의 산업구조와 우리 삶의 자세와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우리의 성찰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으로, 공장식 축산을 왜 하는지, 결론은 소비자들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 생산자가 잘못한 것 같지만 더 들어가면 소비자의 잘못이 더 크다. 내가(소비자) 값싼 제품을 요구하니 생산자가 동물의 복지나 건강, 도덕성 보다는 경영의 합리화, 깨끗한 제품을 위한 항생제 투약 등을 하게 되는 것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최소한의 동물권익을 보호해 줘야 하는데, 이것에 드는 비용을 지불할 의지를 갖고 있는가. 혹은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이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서 경제적 부담을 짊어질 준비는 되어 있는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안전한 먹거리를 공유하는 소비자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량 살처분의 원인은 유행병 때문이다. 우선 병의 발생과 유행병은 사안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병은 어떤 동물이나 걸릴 수 있지만 유행은 환경과 조건이 만들어졌을 때 생기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이 유행병의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와 더불어 GMO(유전자변형작물)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생명체를 인간 중심으로 하는 것인데, 다국적 기업이 개입해, 수 만년 동안 내려온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생태계를 인간(나)을 위해 조절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개발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은 인류계 존재의 근본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 생명윤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근대는 욕망의 시대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인간중심이자 인간 욕망의 존중으로 이어져 왔다. 그러면서 생명체의 삶이 생노병사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죽음'은 철저히 숨겨졌다. 죽음을 은폐해 놓고, 오래 살려는 욕망 때문에 생명집착을 생명존중으로 잘 포장해 놓았다. 자본주의에서 생명집착이 곧 존중으로 둔갑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죽음에 대한 재인식, 죽음을 맞이하는 당당한 자세가 필요하다. 죽음을 내 삶의 한 과정이자 부분으로 이해해야 한다. 생명윤리는 종교가 강점을 지녔다. 생사에 집착하지 않는 사상, 그러나 종교가 진정한 생명윤리의 화두를 사회에 던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개체의 생사에 대한 재해석, 의료윤리의 한 지점에서 많은 논의가 되고 있지만, 큰 틀에서의 논의는 미약하다. 특정 개체 생명의 생노병사 관점이 아닌 생명의 바다라는 관점에서 개체의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여성의 낙태의 경우는, 유기체적인 물질적 생명 이전에 어머니, 환경 등이 고려된 나를 나답게, 생명이 생명다운 '삶'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심스럽지만 조건부 낙태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생명이란 물질과 정신의 통합체요, 삶 그 자체로 이뤄지는 것이다."

- 생활속에서 수행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기변화를 위한 다른 무엇이 있다면.

"간절함이다. 내 삶에 대한 간절함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변화도 결국은 생각으로만 그치고 만다. 이 간절함은 사람마다 다르고, 누가 해 줄 수 없는 문제다. 야쿠자가 손가락을 자르는 것과 가족들을 짊어진 가장의 손가락이 잘린 간절함은 완전히 다르다. 자기 존재, 삶의 문제 등도 이 간절함만 있으면 가능하다. 일상이 수행이 되려면 매순간 자기 성찰과 주변 관계에 대한 깨어있음이 중요한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간절함은 누가 만들어 주지도 누가 대신해 주지도 못한다. 일반적으로 말한다면 간절함은 원색적으로 똥(?)구멍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어봐야 알 수 있다. 적당히 간절해서는 안된다."

우희종 교수는 서울대학교 수의학과장으로 법명은 여산(如山), 송광사 현전 스님의 유발상좌로 '무'자 화두로 간화선 수행을 했다. 서울대학교 교수불자회 불이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그동안 조계종 종립 승가대학에서 외래교수 활동 및 본사주지 연수교육 등에 참여해 왔다. 동경대학교 생명약학협동과정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펜실베니아 의과대학, 하버드 의과대학을 거쳐, 10여년 전부터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여성학 협동과정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붓다와 다윈이 만난다면>, <구원과 해탈은 무엇인가>, <수의면역학> 등 다수가 있다.

[2017년 11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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