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용어

근기(根機), 또는 근기(根器)라고도 하는데 사람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종교적 자질이나 능력을 말한다. 소태산은 이러한 근기가 천층만층으로 다 제각각이라 했다. 일체중생 개유불성(一切衆生 皆有佛性)이라 했지만, 부처님 법을 만날 때 발동되는 종교적 소질은 다생겁래로 닦은 바에 따라 차별이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근기를 나누는 말도 많다. 종교적 능력이나 자질에 따라 상근·중근·하근으로 나누고, 또는 법의 성취 역량에 따라 돈근(頓根)과 점근(漸根)으로 구분하기도 하며, <열반경> 일체대중소문품에서 밝힌 것처럼 악근(惡根)과 선근(善根)으로 나누기도 한다.

소태산은 "처음 발심한 사람이 저의 근기도 잘 모르고 일시적 독공으로 바로 큰 이치를 깨치고자 애를 쓰는 수가 더러 있으나 그러한 마음을 가지면 몸에 큰 병을 얻기 쉽고,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퇴굴심이 나서 수도 생활과 멀어질 수도 있나니 조심할 바이니라"며 "혹 한 번 뛰어서 불지(佛地)에 오르는 도인도 있나니 그는 다생 겁래에 많이 닦아 온 최상의 근기요 중·하의 근기는 오랜 시일을 두고 공을 쌓고 노력하여야 된다"고 했다.

근기가 천층만층인 까닭도 제각각 지어놓았던 바가 다르기 때문에 이 생에 닦아야 할 출발점도 천층만층인 것이다. 그러기에 소태산이 "세상의 모든 사물이 작은 데로부터 커진 것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나니, 그러므로 이소성대는 천리의 원칙이다"고 밝힌 것처럼, 자신의 근기를 냉철히 판단해 안분지족하며 근기에 맞게 공부하려는 자세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공부인의 수행 정도를 따라 여섯 가지 법위등급을 밝힌 소태산의 의중에는, 이 생에도 걱정말고 근기에 맞게 착실히 공부하라는 깊은 배려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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