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법승 담마야나 선원에서 불교 교리의 핵심이 담긴 아비담마 예비과정을 강의하는 빤딧짜 스님.

[원불교신문=강법진 기자] 아신 빤딧짜 스님을 만나기 위해 석 달 전부터 연락을 취했다. 스님은 한국에 머무를 때는 위빠사나 수행센터인 천안 호두마을을 비롯해 자신이 선원장으로 있는 서울·대구·부산 법승(法乘) 담마야나선원을 오가며 강의를 하고, 틈틈이 본고향인 미얀마를 다녀온다.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취하고 기타 만남은 스님의 강의 일정에 맞춰 전국 어디든 찾아가야 만날 수 있다. 스님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추위를 재촉하는 가을비가 내리던 어느 금요일, 서울 양재대로 동산빌딩 504호에 위치한 서울 담마야나선원을 찾았다. 오후4시 강의를 앞두고 한 시간 전부터 수행자들이 속속 모여들며 스님에게 상담을 받았다. 이날은 ‘부처님의 가르침(담마)에 대하여(아비)’라는 아비담마 초급과정 수업이 있었다. 아비담마는 위빠사나 수행의 기초과정으로써, 붓다가 평생 설한 가르침 중에 체계적인 핵심만을 골라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논서이다. 빤딧짜 스님은 “교학을 바탕에 두지 않고 수행하는 것은 뗏목 없이 대양을 건너려는 것과 같다”며 "아비담마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관찰해 정리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비담마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혼자 읽는 것보다 꾸준히 강의를 들으며 이해해야 효과적이라며, 20여 명의 수행자들이 이틀 동안 선원에서 스님의 원어(빨리어)를 따라하며 교리를 습득하고, 일요일에는 근처 공원에서 경행을 하며 집중수행을 했다.

올바른 수행을 위해서는 교리의 이해가 깊어야 한다는 스님은 미얀마 전통강원 강사 출신으로 2001년부터 미얀마 양곤 산먀띠따 선원장을 맡고 있고, 2010년에는 부산에서 첫 담마야나선원을 개원해 현재 서울·대구 선원뿐 아니라 세종에도 선원을 준비 중이다.

스님은 강의료 대신 자율 교재비를 받는다. 문득 교재비함 뒤편에 쓰인 글귀가 마음에 꽂힌다. ‘잊지 않고 항상 깨어 있음으로 완벽하게 하라.’ 스님의 위빠사나 수행의 핵심이다. 2013년 스님이 천안 호두마을 집중수행에서 강의한 법문은 〈11일간의 특별한 수업〉으로 출판됐다. 저서에서 “위빠사나 수행은 어떻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스님은 “바로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보라”고 한다. 수행을 한다는 것은 지혜를 키우는 일이며, 지혜가 높아지면 번뇌가 낮아지고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때문에 지혜와 행복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한다.
 

▲ 아신 빤딧짜 스님은 미얀마 전통강원 강사 출신으로 한국과 미얀마를 오가며 불교교류에 힘쓰고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 색·수·상·행·식, 오온을 있는 그대로 꿰뚫어 보는 지혜가 있어야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아신 빤딧짜 스님. 그와의 즉문즉답을 정리해 보았다.

-한국에서 불교 교리를 가르치는 까닭은.
한국불교를 접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젊은 수행자들이 적었고, 불심도 깊고 공부에 노력도 많이 하는 불자들이 교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했다. 한국인의 국민성으로 볼 때 불심과 노력과 교리 이해가 잘 갖춰지면 불교의 꽃이 활짝 필 것이다.

-교리의 깊은 이해가 중요한 이유는.
부처님의 교리와 실천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간혹 교리에 밝은 사람은 실천에 어두울 수 있다.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 해도 본인이 직접 먹어봐야 그 맛을 알듯이 실천도 마찬가지다. 또 실천은 잘하는데 교리가 약하면 문제가 생긴다. 교리의 잣대가 없으면 수행이 어디서 잘못됐는지 알지 못하고, 부처님 법을 욕되게 한다. 둘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수행인에게 스승이란.
스승을 만난다는 것은 내가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느냐에 따라 나타난다. 절대 우연히 되는 것은 없다. 만일 공부는 열심히 했는데 수행이 올바르지 못하다면 전생에 스승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스승 없이 깨달은 자는 없다. 깨달음의 조건은 스승의 가르침과 올바른 마음가짐에 있다. 이 두 가지는 필수조건이다.

-위빠사나 수행이란.
위빠사나는 핵심의 지혜란 뜻이다. 지혜는 무상으로 아는 지혜, 고루 아는 지혜, 무한히 아는 지혜를 말한다. 그 지혜를 얻으려면 팔정도가 다 돌아가야 한다. 팔정도 중에 정견이 그 지혜이다. 우리는 지혜의 꽃을 피우기 위해 나무를 심고 물을 준다. 부처님의 마지막 말씀도 ‘잊지 않고 항상 깨어있으라’고 했다. 노력해야 알아차린다. 집중해야 지혜가 열린다. 그러면 삶이 달라지고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 깨달음의 지혜는 뿌리에서 시작한다.
 

▲ 서울 법승 담마야나선원에서 불교 교리의 핵심이 담긴 아비담마 예비과정에서 주문을 외는 수강생들.

-경계해야 할 수행법은.
잘못된 수행은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번뇌’에 있다. 번뇌가 많으면 가르침을 받기도 어렵고 바른 마음가짐을 가지기도 어렵다. 마음가짐이 바르지 못하면 수행방법은 다 틀리게 된다. 그래서 스승의 상담이 필요하다. 아상이 많으면 한 시간 수행이 완전 지옥이다. 아상 없이, 자만 없이, 욕심 없이, 성냄 없이 수행해야 한다. 수행할 때 세속적인 성취를 바라면 안 된다. 1초 수행이 루비나 다이아몬드보다 값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행의 목마름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있는 그 자리에서 수행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집중도 잘 된다. 그렇지 않으면 짜증나고 힘들다.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의 여유를 가져라. 바쁜 생활 속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한 시간에 5분만 자신을 바라보며 여유를 가져라. 내 몸과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 알기만 해도 된다. 그 흐름을 알아차리는 1초를 소중하게 생각하다 보면 하루 종일 수행이 된다. 집중수행은 훈련소와 같다. 군인이 전쟁터를 따로 두고 훈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실전에 잘 싸우기 위해서다. 결국 진정한 삶은 일상생활 속에서 나타난다.

-인간관계가 참 어렵다.
다 깨달은 자가 아니라서 그렇다. 아상 덩어리 아만 덩어리로 만나니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건 피할 수 없다. 다만 아상과 자만과 성냄으로 가지 말고 지혜로 다스리는 노력이 중요하다. 나의 아상이 클수록 상대의 아상도 크다. 서로 양보가 없고 배려가 없다. 아상과 자만이 내려앉을 때 똑같은 사람을 만나도 관점이 달라진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다보면 무조건 부딪히게 돼 있다. 안 부딪히면 해탈한 사람이다. 또 나를 대하는 상대까지 안 부딪혀야 공부가 잘 된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마음공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2017년 11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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