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의 문화예술일상 기획을 발표한 이도하 교무.
문화사회부 주최, ‘21세기가 2세기 원불교에게’ 학술개최
이도하 교무, ‘2세기 원불교의 문화예술일상 기획’ 발표

[원불교신문=정성헌 기자] 4차산업혁명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 또 급변하는 시대에서 소태산이 말한 물질개벽과 정신개벽의 의미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원불교가 2세기를 시작하는 즈음, 이미 세상은 21세기를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문화사회부 주최로 10일 ‘21세기가 2세기 원불교에게’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이도하 교무는 ‘2세기 원불교의 문화예술일상 기획-개벽의 문화, 겸전의 예술, 원만일상’이란 주제로 시대의 답을 내놓았다.

그는 “요즘 화두로 떠오르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한국이다. 얼마전 중국과 일본을 순방했지만 대부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 자체를 모르거나 관심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4차 산업혁명이란 키워드를 처음 내놓은 다보스 포럼 관계자들이 지난달 한국을 찾았을 때, 한국이 주도국이 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신개벽에 대한 사명을 가진 우리로써 소태산이 밝힌 물질개벽이란 무엇인지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를 통해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 교무는 물리적 공간, 디지털 공간, 생물학적 공간이 합쳐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이 펼쳐진 시대라 내다보면서 “물리적 공간은 오늘을 살고 있는 현실을, 디지털 공간은 컴퓨터 가상현실을 포함해 인류만이 생존할 수 있었던 광범위한 상상력에 바탕한 이야기들을 포함한다. 그리고 생물학적 공간은 몸과 마음이 결합된 신체를 의미하지만, 주체가 되는 마음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태산 대종사 십상을 세 가지 공간으로 다시 풀어냈다. 그는 “삼령기원상은 산신령이라는 가상(디지털 공간)으로, 결국 가상에서 찾는 것을 단념한 소태산은 현실의 공간에서 스승을 찾는 구사고행상(물리적 공간)으로, 나중에는 스스로 입정하는 강변입정상(생체적 공간)으로 들어가 세 가지 공간이 융합돼 장항대각상을 이뤘다”고 풀이해냈다.

이러한 세 가지 공간들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진행과정과 순서에서 묘하게도 맞닿아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신호탄으로 관심을 모았던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은 디지털 공간에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만든 것이지만, 뒤를 이은 MR(Mixed Reality, 혼합현실)은 디지털 공간을 물리적 공간인 현실에서 활용되도록 끌어왔다. 또 WEARABLE은 시계, 안경 등 디지털 기술을 신체에 부착시킴으로써 자신을 측정하는 기술로 가상, 현실에서 나라는 생물학적 공간으로 기술이 이동했다. 이러한 물리적 공간, 디지털 공간, 생물학적 공간이 결합된 기술은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기술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 이 교무는 소태산이 제시한 아홉가지 융합 용어를 설명하며 개벽의 문화와 융합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는 “일상이라는 것은 현실과 비현실을 가르는 것보다 두가지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는 게 옳다. 현실과 가상, 생체가 모두 어우러 졌을 때 비로소 일상이 된다”며 “앞으로 일상 콘텐츠시대가 도래했을 때 우리는 어떤 것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질과 정신을 따로이 나눠 생각하는 것이 아닌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 그렇기에 물질이 개벽되는데 그 실체를 알아야 정신개벽을 할 수 있다”며 “우리는 정말 다른 누구보다 도학과 과학 병진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병진, 쌍전, 일여, 병행, 겸전, 통합, 병용, 통섭, 융합 등 소태산이 밝힌 아홉 가지 융합 용어를 밝힌 그는 “원불교 개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며 “이 용어들이 의미하는 바는 모두 이질적인 것을 융합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상과 현실, 생체가 결합될 때 병진의 방식인지, 쌍전의 방식인지, 통합의 방식인지에 따라서 결합 형태가 달라진다. 소태산은 이를 다 구분했다”고 말했다. 소태산에 의해 제시된 아홉 가지 융합 용어는 고도화된 미래시대의 공생과 협업의 방법론을 디테일하게 구분해 준다. 어떤 층위가 다른 층위에 비해서 중요하다거나 근원적이라고 보기 보다는 이 모든 층위들을 때와 장소,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본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미래를 내다볼 때 유토피아적으로 또는 디스토피아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지만, 그 어떤 것이라기 보다는 미래를 가장 현실적이고 선용적으로 바라보는게 필요하다”며 “어느 것이든 긍정적인 모습도 부정적인 모습도 같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매달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누구보다도 원불교인들이 가장 융합의 전문가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그러한 토양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다”며 “원불교 2세기에는 개벽의 문화와 융합의 방법론, 일상의 디테일을 살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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