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와 우유는 어떻게 만났을까, '크림 브라운' 색의 밀크티를 마시면서 한번쯤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영국인이 좋아하는 밀크티는 1848년부터 뜨거운 논쟁의 대상으로 좀 더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면 흥미진진한 밀크티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영국에서는 홍차를 맛있게 우리는 규칙이라는 '골든룰'이 있다. 골든룰에 관한 이야기는 우유를 먼저 넣을 것인가 나중에 넣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1848년 가정용 월간지인 〈패밀리이코노미스트(Family Economist)〉지의 창간호 기사에 열 번째 항목에 설탕과 밀크를 컵에 먼저 넣어야 한다는 내용이 실리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와 반대의 내용도 알려지게 되는데 우유를 나중에 넣어야 한다는 조지오웰의 〈한 잔의 맛있는 홍차〉 라는 에세이가 홍차를 우리는 11가지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서 차를 먼저 따르고 나중에 우유를 넣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논쟁이 가중 됐다.

이참에 홍차 브랜드인 트와이닝사(Twinings)는 우유를 먼저 넣어야 한다고 했고, 경쟁사인 잭슨오브피카딜리(Jackson Piccadilly)사 에서는 우유를 나중에 넣어야 한다는 내용의 홍차 우리는 법을 제안하면서 논쟁의 불씨는 가중 되었다. 하지만 조지오웰이 제시한 방법이 잘못된 것임을 명백히 밝히는 내용이 150년이 지난 후에야 밝혀지게 되는데 바로 영국의 왕립화학협회에 의해서다.

영국왕립화학협회는 조지오웰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한 잔의 완벽한 홍차를 우리는 방법〉이라는 에세이를 발표해, 조지오웰의 제안이 잘못된 것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입증한 결과로 해묵은 논쟁의 종지부를 찍게 해주었다.

영국에서 우유는 왕실에서조차 특별한 사랑을 받은 것으로 우유와 잘 어울리는 차를 만들게 한 유래에서 알 수 있다. 1902년 빅토리아 여왕의 큰 아들인 조지 6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우유와 가장 잘 어울리는 차를 만들라는 주문에 의해 탄생된 로얄 브랜드가 그 사실을 입증해준다. 유독 왕실과 관련이 깊어 보이는 것으로 자국의 식민지에서 생산되는 아쌈을 기본 베이스로 한다.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차가 아쌈이기도 하다. 우유와 잘 어울리는 아쌈을 기본 베이스로 가장 이상적인 차 맛을 내기 위해 다양한 홍차 브랜드에서 출시되고 있다.
 

인도 캘커타 거리에서 테라코타 잔을 쌓아두고 차이를 만드는 모습.

홍차에 우유를 넣어야 맛있는 차가 있는 반면 밀크티로 아예 만들어져 나오는 것도 있다. 또한 밀크티 만드는 방식도 다양하다. 우유를 차와 동일 비율로 끓여 만드는 로얄 밀크티는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차이고 우유에 향신료와 차를 넣어 끓여 만든 차이(Chai)도 있다. 차이는 인도의 국민음료로 하루에 6~7잔을 기본으로 마신다고 하니 10억 이상 인구의 생명수와도 같은 존재이다. 인도 캘커타 길거리에서 차이 만드는 모습을 만나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능숙한 솜씨로 우유에 찻잎을 넣고 끓이다가 생강을 으깨어 넣은 후 불 조절을 한 후에 거품이 가득한 차이를 테라코타 잔에 담아낸다. 유약을 바르지 않은 차이 잔은 일회용으로 마시고 나면 깨버리게 된다. 차이를 만드는 사람은 차이왈라(chai-wallah)로 불리는 차이 전문가이지만 인도에서는 특별할 것도 없는 직업이다. 하지만 아쌈의 강하고 진한 몰트향이 우유와 만나 특별한 밀크티가 탄생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에너지의 근원이 된다는 점에서는 경이롭다.

찬 기운이 도는 날씨에는 부드러운 밀크티 한잔으로 자기의 기운을 화하게 하여 대중을 널리 교화하는 지혜를 안을 일이다.

/원광디지털대학교 차문화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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