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명 교도/계룡·도곡교당
대종사 정신의 본질은 혁신에 있다는 생각
생산적 실패에 관대한 교단, 변화 체감해야

12월이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신정절 새벽 타종식의 종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한데 벌써 한 해를 정리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마음에, 일에, 사람에 공들였는지 차분하게 돌아보자. 공들인 결과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짚어보자.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 속에서 얼마나 자주 멈춰서서 자신을 돌아봤는지, 얼마나 무심으로 주변을 챙겼는지 정리해보자.

계획한 많은 일들을 결산하기에 앞서 '모든 큰 사업들도 또한 작은 힘이 쌓이고 쌓인 결과 그렇게 커진 것에 불과하나니'라고 말씀한 이소성대의 의미를 우리는 단지 작게 시작한다는 사전적 의미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소성대는 천리의 원칙이다. 이소성대가 천리의 원칙인 것은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일방적인 믿음의 결과가 아니고, '작은 힘이 쌓이고 쌓인 결과'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이소성대는 소성(작은 성공)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소성대는 작은 힘(소)을 쌓고 쌓는(성) 일이(이) 크고 당연한 진리(대)이다’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싶다. 작은 힘들이 모아지는 과정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벤처기업 중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은 대략 10% 이하라고 얘기한다. 보수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1% 미만이라고도 한다. 그럼에도 새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를 만들어 벤처기업들을 새로운 국가 경제 활력의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동력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벤처가 성공하려면 성장 시기에 적합한 투자와 지원이 병행해야 한다. 그 속에서 공동체의 가치와 공공선의 철학이 발전하고, 이 과정에서 성공한 기업들이 이익을 사회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이소성대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모습이다.

몇 해 전 실리콘 밸리의 창업 바이블이라고 하는 '린 스타트업'을 읽으며 '이소성대'의 의미를 이해한 나에게 교단의 숱한 사업들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특히 고객(대상)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은 교육과 훈련, 행사, 교화활동 등은 한편으로는 관료주의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실적의 유무이지 고객의 반응과 결과, 사업의 지속가능성과는 상관없었다.

이소성대를 지향하는 우리 교단에서 작게 시작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다른 의미로 교도 개개인의 작은 힘을 모아야 할 일들이 차고 넘친다. 어쩌면 그 중에서 한두 가지는 운이 좋거나, 타이밍이 맞아 성공할 테지만 나머지는 잊혀지고, 버려지고, 소외된다. 예전처럼 그 작은 힘을 모으기 힘든 이유는 성의와 의지가 부족해서라기보다 보탤 수 있는 힘의 임계점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많은 교도들은 교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머물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서비스를 만드는 시대에서 플랫폼을 만드는 시대다. 이른바 양면시장이다. 고객이, 고객의 아이디어가 상품이 될 수 있는 쌍방향 소통을 전제로 하는 시대이다. 근래 교화가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웃종교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껏 해왔던 한방향 소통 방식으로는 앞으로 펼쳐질 열린 세상에서 예전과 같은 결과를 얻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혁신은 남이 안가 본 길을 가는 데 있다. 순종이 미덕인 교단의 환경에서 혁신은 너무 멀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대종사의 근본정신은 혁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일들은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방법으로 시작해보자. 어쩌면 실패가 뻔히 보이는 일에 그저 작은 힘이나마 보태 주자.

우리가 보태 줄 작은 힘이 떨어지면 그들은 실패를 통해 배울 테고, 그 실패들이 어쩌면 작은 힘이 되어 언젠가 큰 성공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생산적 실패에 대해 관대한 교단이 되지 않고서는 돌아서면 변화를 체감하는 이 시대에 적응하기 어려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집중이듯 한 해를 냉정히 돌아보고 각자가 버려야 할 일을 챙길 때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