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콕교당 봉불식 참가자들이 마무리 단체촬영에서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 식전행사 마지막에 태국불교 스님 9명이 단상에 올라 방콕교당 봉불식을 기원하는 독경으로 마음을 합했다.

방콕 도심에 법신불 일원상 봉안
동남아시아의 허브이자 2500년 전 상좌부불교의 전통을 이어온 복된 나라, 태국 땅에 원불교가 법신불 일원상을 봉안하고 출범을 알렸다. 11월21일 태국 방콕 스쿰빗 12 태국한인상가 광장에서 열린 방콕교당 봉불식에는 국내외 200여 명의 재가출가 교도들과 태국 내빈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원기99년 1월 태국 방콕에 부임한 최수진 교무는 지난 8월, 도심에 자리한 스쿰빗 프라자(한인상가) 건물 4·5·6층 일부를 임대해 청소년쉼터 및 어학원, 법당, 생활관으로 리모델링한 후 원불교 간판을 걸었다. 규모는 각 층마다 약 86.2㎡이다.

방콕교당은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차로 40분, 지상철 아속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이며 한인회, 노인회, 한국문화원, 학원가가 밀집돼 있다. 세계불교도우의회(WFB) 본부와는 한 정거장 거리에 위치해 있어 한인교화 및 WFB 활동에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췄다. 최 교무가 이 지역에 법신불을 봉안하도록 제안을 한 것도 WFB 팔롭 사무총장이었다.

봉불식에는 WFB 판 완나메티(H.E. Phan Wannamethee) 회장, 팔롭 타이어리(Mr. Phallop Thaiarry) 사무총장, 마하쫄라롱컨대학 국제교류학부 학장 생행 스님, 태국불교협회 솜싹 박사, 6.25참전용사협회 위라삭 부회장, 방콕한인회 장수길 수석부회장, 대한항공 심경원 방콕지점장 등 다수의 내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교단에서는 김인경 수위단회 상임중앙단원, 한은숙 교정원장, 백현린 국제부장 등이 참석했다. 식전행사에는 사물놀이패의 길놀이와 한국무용, 태국전통공연, 진도북춤으로 한·태 전통문화 교류를 선보였다. 본식에 앞서 태국불교 스님들이 독경으로 이날 봉불을 기원했다. 봉불식은 경과보고, 법신불 봉안문, 독경, 종법사 치사, 공로자 표창, 설법, 축사, 축가 등 짜임새 있게 이뤄져 현지 반응 또한 높았다.

판 완나메티 회장은 축사에서 "원불교는 혁신적이고 현대화된 불교로 마음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며,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으로 인도하는 교리를 담고 있다. 오늘 봉불식을 통해 한인 교민사회와 태국 지역사회에 더 널리 전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격려했다.

설법에는 한은숙 교정원장이 "이곳 태국에서 일원상을 받아들인 뜻은 부처님의 법을 시대화·생활화·세계화 하는데 파수공행하자는 의미라 생각한다"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영성이 키워드가 될 것이다. 불상숭배가 아니라 부처의 마음자리인 일원상 진리를 깨달아 은혜를 발견하고 하나의 진리를 회복해야 한다. 킹덤 오브 타일랜드(Kingdom of Thailand)! 타이는 자유이다. 자유의 땅, 태국에서 부처님 해탈과 자유자재의 법륜을 힘써 굴리는 데 파수공행해 가자"고 봉불의 의미를 전했다. 설법 후 무대에 오른 동기교무들의 축가와 방콕교당 교도들의 답가가 대중의 마음을 울렸다.

▲ 최수진 교무(오른쪽 두번째)가 교단 내빈과 WFB 본부에서 관계자들(중앙 좌우)을 만나 지속적 교류를 약속했다.

WFB, 미래불교 원불교 환영
교단은 1958년 당시 원광대학교 총장 박광전 교무가 해외 순방 중 동남아지역의 불교지도자들을 만나면서 태국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전팔근 원로교무가 다년간 WFB 활동을 하면서 교류가 깊어졌고, 원기65년(1980)부터 WFB에 가입해 활동해 왔지만 동남아 교화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현재 원광대 상임이사 김상호 교무가 사무부총장직을 맡아 활동 중이며, 3년 전 최수진 교무가 WFB 본부가 있는 방콕에 자리하면서 역할을 확대해 최근에는 원불교청년회가 WFBY에 가입했다.

사실 방콕교당 개척의 시작은 원기98년(2013) 10월 경산종법사의 태국순방길이 큰 계기가 됐다. 당시 경산종법사는 태국 문화관광부가 지원하는 국가적 불교행사에 기조법문을 하고, 승가 최고의 교육기관인 마하쫄라롱컨 불교대학에서 마음공부 강연을 해 대중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듬해 교정원 국제부는 태국 교화와 WFB와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최수진 교무를 방콕 개척으로 인사 배치했다.

최 교무는 지난 3년간 교화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마하쫄라롱컨 불교대학 석사과정과 한국어교원 석사과정을 취득해 대학에서 한국어교실을 열었다. 여기에 WFB 각종 활동과 학술대회에 참여하며 실생활에서 삶을 진급시키는 실지불공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차세대 불교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왔다.

최 교무는 "미래불교는 실지불공과 마음 치유, 삶의 유익을 주는 불법이라야 한다. 불교 제일 수호국인 태국에서부터 차세대 불자들이 부처님의 법륜을 잘 이어갈 수 있게 WFB와 상생선연의 관계를 맺고자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방콕 시내 사각지대에 있는 한인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상담역할을 하고, 교민사회의 갈등해소에도 일조하고 싶다"고 다짐을 밝혔다.  하지만 활동영역이 넓은 만큼 교무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교화여건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 방콕교당에서 입교한 1,2호 교도부부가 운영하는 한식당 '고궁'에서 독경식을 마치고 기념촬영.

어찌 다행 불연 만나
방콕교당 봉불식에서 가장 빛난 이들이 있다. 교당 창립의 일등공신으로서 총부해외직할교구장 감사패를 받은 채도융·이도광·박도전·변도진 교도다. 이들은 방콕교당에서 입교한 2~3년차 교도로서, 신입교도라 불릴 만한데도 처음부터 주인이었고 창립주였다.

1호로 불리는 이도광 교도는 태국 관광가이드를 하다가 2013년 김인경 교무(수위단회 상임중앙단원)를 만나 입교했다. 이 교도는 "갑자기 원불교팀을 맡게 됐는데 처음 들어본 종교라 인터넷을 찾아 기초 공부를 해갔다. 교무라는 호칭도 그때 알았다"며 그 모습이 3박4일간 함께한 교무들에게 성실하게 비춰져 입교까지 이어졌다. 김인경 교무는 이날 봉불식 경과보고를 하는 이 교도를 보며 눈물이 났다며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모르는 법이니, 어딜 가나 끊임없는 인연불공을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그의 입교로 최 교무에게는 천군만마와 같은 교도가 또 생겼다. 바로 그의 부인 박도전 교도다. "어느 날 교무님이 방콕을 떠나 있을 때, 내가 수진 교무님 몸속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 그렇게 뵐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교무의 수호신이 되고 싶었다는 박 교도. 원불교를 만나 삶이 진급되는 모습을 매일매일 확인한다는 그는 "새벽마다 기도를 하며 마음을 챙긴다. 이번에 작은 식당에서 큰 식당(고궁 한식당)으로 옮기면서도 두려움이 없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마음의 힘이 생겨서이다. 공부와 사업을 잘해서 주위 인연들도 나와 같이 행복하고 진급하는 모습으로 이끌고 싶다"고 진정어린 공부심을 드러냈다.

교당이 현재 자리에 법신불 일원상을 봉안할 수 있게 큰 역할을 했던 전 한인회장 채도융 교도는 "뜻하지 않게 원불교를 알게 됐지만, <원불교교전>을 처음 접하고 법문이 너무 좋았다. 가족이나 주위사람들에게도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며 원불교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번 봉불식에 그가 운영하는 '한아시아' 직원들이 곳곳에서 도움을 준 것도 그 마음에서 비롯됐다. 내내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던 김성광 교도는 "해외 개척은 다 힘든데 젊은 교무님을 보내준 뜻은 젊고 크고 오래 하라는 대종사님의 뜻이 아닐까 한다"며 적은 교도수로 기적 같은 봉불식을 치렀다고 소감을 전했다. 변도진 교도는 소리없이 관광팀을 이끈 듬직한 주역이었다.

이 외에도 방콕교당에는 관광이나 운동, 사업차원에서 오고가는 인연들이 많아 활기가 넘친다. 파타야에서 식당과 골프 에이전시를 하는 이지현 교도부부, 운동차 태국에 올 때마다 방콕교당에서 법회를 본다는 조동성·강명성 교도부부, 묵묵히 교당일을 돕는 이대홍 교도 등 진실어린 교도들이 있어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방콕교당이다.

▲ 방콕교당 교도들이 대중에게 새성가 '영원한 진리여'를 들려준 후, 최수진 교무가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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