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용어

어떻게 도인을 알아볼 수 있을지 질문한 제자에게 소태산은 "그 사람이 아니면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외국말을 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이 외국 말을 잘 하는지 못하는지를 알 수 있고, 음악을 잘 알아야 다른 사람의 음악이 맞고 안 맞는지 잘 알 수 있듯이, 도인도 마찬가지라는 그의 말은 너무나도 이치에 당연했다. 그런데 이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소태산 자신을 입증하는 말이기도 했다.

이제 막 대각했던 시절, 소태산은 여러 경전을 두루 열람하다가 서가모니 부처의 큰 깨달음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봤다. "발심한 동기로부터 도 얻은 경로 등 모든 일이 은연 중 과거 부처님 행적과 말씀에 부합되는 바가 많다"고는 했지만, 26년간 갖은 고행으로 얻은 깨달음을 견줄 수 있는 인물을 발견했을 때 그는 얼마나 기뻤을까. 때문에 소태산이 불법(佛法)이 무상대도(無上大道)임을 한눈에 알아 본 것도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불법은 천하의 큰 도라 참된 성품의 원리를 밝히고 생사의 큰 일을 해결하며 인과의 이치를 드러내고 수행의 길을 갖추어서 능히 모든 교법에 뛰어난 바 있나니라."

백락일고(伯樂一顧)였다. 일제강점기에서도 조선시대 팔천민(八賤民)이라하여 승려를 노비처럼 천시하고 불교가 홀대받던 시절이었지만, 소태산은 불법의 진가를 가장 명확하게 꿰뚫어 알아봤다. 그러나 소태산은 과거 불교가 우를 범했던 허황한 공론, 비합리적인 제도를 뜯어고치는 조선불교혁신을 단행했다. 갈수록 물질이 개벽되고 사람들의 지식이 발달하는 후천시대에는 더 이상 진리와 사리에 맞지 않는 종교는 쇠퇴하고, 위선과 공허한 도덕은 사장되기 때문이다.

소태산이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강조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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