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이 언제 번열이 다 쉬어
해맑고 가뿐한 맘이 될까

내 몸이 언제 객기가 다 쉬어
해맑고 가뿐한 맘이 될까

사심 아닌 움즉거림
객기 아닌 움즉거림

그래서 무아의 옛 고궁
하얀 하늘 푸른 초원에
양을 먹이며 씨를 뿌리는 날….

중산 정광훈(1917~1977) 대봉도
출처 〈원광〉 6호(1954.04) 수록


무아의 지경에 이르고자 하는 바람은 모든 수행자의 로망이다. 원(願)은 시대 상황에 따라, 개인의 관점에 따라, 약간씩 그 표현 방법이 다르다. 신종교문학 전기(1946-1989)에 해당하는 이 시에서는 수행에 집중하고자 하는 간절함을 엿볼 수 있다.

시의 도입부터 수행의 열정이 느껴진다. 바로 '번열'이라는 단어다. 번열은 신열이 몹시 나고 가슴이 답답하며 괴로운 증세를 말한다. 번열은 번뇌다. 번뇌와 객기로 인해 몸과 마음이 가뿐하지 않은 그 심정, 많은 사람이 경험했을 법하다. 사심과 객기를 다 여의고 무아의 고궁에 자유롭고 싶다는 원. 구경에는 뭉게구름 펼쳐진 하늘아래 푸른 초원에서 목동이 되어 성불의 씨를 뿌리고 싶은 것이다.

누구나 원이 있다. 하루를 살아도 말이다. 지금 나는 어떤 원을 이루고자 이리 살고 있는가.

/둔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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