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 진수성찬 산해진미가 날 유혹해도 김치 없으면 왠지 허전해." 한 해가 가기 전에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연례행사가 있다. 바로 김장이다. 김장은 추운 겨울이 오기 전 다음해에 먹을 김치를 한 번에 담그는 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자랑스러운 한국의 풍속이다. 그러나 나는 특별히 김치를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냉장고를 열면 언제나 있는 이 김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전혀 관심조차 없었다.

예비교무 시절, 처음 김장을 해보면서 김치 하나에 참 많은 노고와 정성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

김장은 양이 많으나 적으나 언제나 3일은 걸린다. 배추를 다듬어서 소금에 절이는데 하루, 절여진 배추를 씻어서 물기를 빼는데 하루, 양념을 버무려 배추 속을 넣는데 하루이다. 이렇게 3일을 꼬박 김치를 담그면 월동준비가 끝난다. 지난 주 교도들과 김장을 하면서 평균 70세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교당에 나와서 함께 웃으며 즐겁게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보고 참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김장의 목적이 개인의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닌, 주변 이웃과 나누고 봉사하는 공익에 우선했기 때문이다.

"중략… 우리는 개인의 안일과 이욕을 채우기 위하여 모인 것이 아니요, 오직 대중을 위하여 희생하기로 모인 것이니, 혹 개인의 안일과 이욕에 치우쳐서 대중의 안위와 전체의 이해를 불고하는 우치한 생각이 나거든 본래 목적에 반조하여 무아 봉공의 서원을 조금도 손상하지 말 것이요."(〈정산종사법어〉 무본편 26장)

유네스코에 등재된 김장의 의미는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이다. 단순히 내가 먹을 김치를 담그는 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어려운 이웃과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김치를 나눔으로써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는 준비인 것이다. 허리 한 번 못 펴고 찬물에 배추를 씻으며 고된 노동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김장을 즐기며 하는 교도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김치를 사다 먹지 왜 힘들게 담을까?’ 하는 나의 어리석은 생각을 반성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김장이라는 문화는 개인이 먹을 김치를 담아서가 아니라 이웃과 함께 나누기 위해 여럿이 모여 서로 도우며 하는 것이기에 그 가치가 높다. "교도님 김장 언제 하세요? 제가 가서 도와드릴게요." "와서 해주면 고맙지. 김치 한 통 갖고 가."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법연의 정을 느낄 수 있었고, 혼자가 아닌 함께이기에 더욱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아봉공은 개인이나 가족만을위하려는 사사로운 마음이 아닌 전체사회와 대중에게 이익을 주는 이타적 대승행으로 오직 공익을 위해 성심성의를 다하자는 것이다. 무아봉공은 나를 놓고 모두가 하나가 되는, 그래서 모두가 은혜임을 알아가는 것이다. 하나임을 알면 감사할 수밖에 없다. 김장을 하는 그 곳에 무아봉공이 실천되고 있었다.

나 역시 그 현장에 동참할 수 있어 더 없이 기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너무나 감사하다.

/광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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