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세월호광장을 지켜온 세월호를기억하는원불교인들의모임이 150번째이자 마지막 기도회를 열었다.
3년 10개월, 150번의 광화문 세월호
마지막 회향기도, 광화문광장서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임'이 광화문 세월호광장 종교인천막을 가장 마지막으로 떠났다.
11월30일 갑작스러운 맹추위 속에서 열린 150번째 기도회는, 희생자와 유족, 상처받은 우리사회를 어루만진 3년 10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앞서 선체 인양, 미수습자 수습 등에 맞춰 이웃종단들의 기도와 의식을 끝낸 후에도, 원불교는 어김없이 목요일 저녁마다 종교인천막을 지켜왔다.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가장 오래 보듬어온 원불교 기도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원기99년 흑석동에서 시작됐다. 당시 원불교환경연대 등 서울회관에 입주해 있던 재가출가 교도들이 매일 저녁 주차장 한켠에서 기도를 했고, 주민들과 이웃종교인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100일이 되던 무렵, 광화문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에 종교·시민·사회계에서 동조하며 원불교 기도도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4개 종단이 요일을 정해 기도회를 여는 종교인천막이 생긴 것도 이 무렵이다. 그로부터 3년 10개월 동안 매주 교무 섭외부터 참여독려, 현장 지원까지 돈암교당 심경화 교도와 영등포교당 이단아 교도, 원불교인권위원회 사직교당 지수인 교도가 맡아왔다. 이 기도회가 원력이 되어, 노란우산 동조단식, 청운동주민센터·진도 팽목항 유가족 밥 공양, 세월호 의인 김관홍 잠수사 천도독경 등도 진행됐다.

이날 기도회는 소리꾼 김숨의 '하늘 여는 소리' 공연을 시작으로 영주, 기원문, 독경, 기도인 회고, 연대의 말씀, 감사인사로 진행됐다. 기도인 회고는 심경화 교도가 맡았다. 그는 "오늘을 앞두고 헤아려보니 이제까지 60여분의 교무님들이 함께해왔다. 특히 원기100년 첫 광화문 기도를 강법진 교무님이 맡아줬는데, 강 교무님이 아니었다면 시작을 못했을 상황이었다"며 감사를 전하고, "또래 아이들 엄마로서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시작했던 기도가 이어오는 동안, 우리도 세상도 참 많이 변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촛불교회 최헌국 목사는 "흑석동 잔디밭 기도에도 함께 하며 연대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며 "이웃종교인들이 광화문을 떠난 후에도, 원불교가 마지막까지 남아 마무리를 잘 하고 매듭지으니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더구나 성주성지 사드문제로 오가며 정말 힘들었을 텐데도 이 자리를 지켜왔다"며 "사드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도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감사인사는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김선명 교무가 '광화문 세월호 목요기도회를 마치며'를 발표해 감동을 더했다. 그는 "세월호는 사회적으로도 교단적으로도 크게 깨우친 분기점이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자발적인 모임을 통해 현장을 찾고 진실규명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우리 교단은 사회참여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고 회고했다. 이날 마지막 세월호 원불교 기도는 종교인천막과 이웃한 국민분향소에서의 독경으로 마무리됐다.

[2017년 12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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