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순이다. 세월의 빠름이 화살과 같다더니, 어느새 원기 102년(2017)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세계와 나라의 안녕과 평화가 위협받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인류와 국민들에게 법신불 사은의 가호와 은혜가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세계 정세는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가운데,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고자는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로 인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다. 국내 정세는 북핵과 미사일 도발의 가장 피해국인 처지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외교적 어려움이 항존해 있다. 사드 문제가 중국과의 외교면에서 봉합된 것으로 비치고 있지만, 실상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으로 안다. 임시 배치라고 강조하는 정부 당국의 입장이니 만큼, 정식 배치를 놓고 중국과의 갈등과 힘겨루기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말이다.

박근혜 정부의 탄핵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도 어느새 반년이 지났다. 경제 개발과 산업화 과정에서 오랜 관행이 되어 버린 공직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어려움이 많다. 국정원의 특별활동비를 둘러싼 사리사욕, 청와대와 정부, 검찰과 군인, 국회, 법조계, 금융계, 재벌, 언론계 등 국가 사회 전분야에 걸쳐서 깨끗한 곳이 없을 정도로 부정과 부패가 만연된 한국 사회이다 보니, 모든 것을 바로 잡고 청산해서 제대로된 나라를 만든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교단도 100년의 역사를 지나오면서,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 본질에서 벗어나고 훼손된 면이 어찌 없겠는가. 특히 법위사정은 3년마다의 제도화된 시행으로 형식화 된 것을 부인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특히 법강항마위와 출가위 사정은 아무리 신중을 기해도 모자라지 않을 중차대한 사안이다. 명절대재 묘위 보고에 의하면, 종사위와 희사위 수가 참으로 많음을 알 수 있다. 실력이 이름과 같이 명실상부하다면, 참으로 세상의 경사요 교단의 저력이 되겠지만, 실이 이름만 못한 명대실소라면, 실로 부끄러운 일이요, 바깥 세상의 적폐와 조금도 다른 바 없는 청산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성주성지와 사드로 인한 교도들간의 갈등과 불협 화음이 큰 문제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재가출가 모두가 원불교를 아끼고 사랑하는 신심의 발로라고 생각하며, 세계 정세와 국가 안보를 바라보는 관점과 생각의 다름으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사안이라 여긴다. 선후진과 재가출가간의 단결과 합심이 남다른 원불교인 만큼, 심기일전의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원기102년(2017)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이 시점에 우리가 할 일은 그간에 미진했던 일이 있다면, 서둘러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잘한 일은 자긍심을 가지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깊은 참회와 성찰을 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원기103년(2018) 새 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법신불 사은은 늘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 우리 모두 금년 한 해를 잘 마무리 하는데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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